/일러스트=김성규

치솟은 물가 탓에, 줄어든 수입 탓에, 지출을 줄여봐도 매달 내는 보험료가 부담된다. 이 때문에 가입한 보험을 해지하거나, 보험 가입을 주저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20일 한국금융연구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국내 생명보험사의 해약환급금은 25조3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20조7000억원)보다 약 22%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질병 등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가입한 보험 계약을 만기 전 중도에 해약하거나 보험료를 납입하지 않아 효력을 상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게 보험업계의 진단이다. 여기에 복잡한 보험상품 구조도 소비자의 부담과 고민을 키우는 요소다. 보험업계 전문가들을 통해 본인과 가족 보험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을 들어봤다.

① 가족력 고려하기

보험설계사와 상담하다 보면 수십 가지 특약을 다 들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결국 보험료를 높이는 요인이다. 필요한 특약과 상대적으로 덜 필요한 특약을 구분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그 우선 기준을 ‘가족력’으로 삼는 것도 보험료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게 보험업계 종사자들의 조언이다. 유전적 요인과 가족의 식습관, 생활 습관 등으로 가족력이 있는 질병군에서 발병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도 ‘가성비’를 중요시 여기는 MZ세대 고객과 시장의 니즈를 반영해, 저렴한 보험료로 내가 필요한 보험과 보장금액을 골라 가입하는 조립식 상품, 미니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예를 들면, 미래에셋생명의 ‘온라인 더 잘 고른 미니암보험’은 40세 남성, 10년 보장 기준 월 보험료는 1542원, 40세 여성, 10년 보장 기준 월 보험료는 2616원이다. 여성의 경우 유방암, 갑상선암, 여성생식기암 등을 비롯한 주요 암 10종 진단 시 500만원을 보장하고, 남성의 경우 발병률이 높은 위암, 폐암, 간암, 대장암, 전립선암 등 주요 암 10종 진단 시 1000만원을 보장한다.

한화생명의 ‘시그니처 암보험 3.0′의 경우, 가족력이 있거나 다빈도·고비용 부위암에 대한 추가 보장을 원하는 고객이 7가지로 분류된 암 조합 중 원하는 종류만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 KB라이프생명의 온라인 전용 ‘착한암보험’은 100세까지 보험료가 오르지 않는 비갱신형 상품으로, 40세 남자 기준, 100세 만기 전기납으로 설계하는 경우 보험료가 월 1만5350원(해약환급금 미지급형)이다.

② 중복된 보장 정리하기

오래전 부모님이 가입해 준 보험, 내가 가입한 보험, 다니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보험 등 보험 상품을 여러 개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각 보험의 특약 등을 통해 보장 항목이 겹치는 경우도 제법 있는데, 보유 중인 보험 약관을 통해 비례보상과 정액보상 등 보상 구조를 따져보고 중복된 항목과 초과분을 정리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질병이나 재해 시 발생하는 치료비 등 의료비를 보상하는 손해보험상품의 경우 보상 구조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진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조언이다. 보험가입금액 한도 내에서 실제 치료비를 보상하는 ‘비례보상’ 구조 하에선 보험을 여러 개 들고 있어도 보험료 부담만 이중으로 나가고, 실제 치료비 이상을 받을 수 없을 수 있다. 가령, 200만원을 한도로 치료비를 담보하는 상해보험과 300만원을 한도로 치료비를 담보하는 운전자보험을 보유하고 있는데 실제 치료비가 300만원이라면 비례보상 구조 하에서는 두 개의 보험에서 보상받을 수 있는 금액은 총 300만원이 되는 식이다.

반면, 계약 조건이 보험금 ‘정액보상(중복 보상)’ 구조라면, 동일한 보장의 여러 보험 상품에 가입했어도 정해진 보장 금액을 중복해서 받을 수 있다. 약관상 정액 보상 구조의 진단비·수술비·입원비 보험 등을 보험사 2곳에서 가입했다면, 기준을 충족하면 보장 금액을 2곳에서 다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생명보험의 경우 사망보험금, 후유장해 보험금 등이 겹치더라도 각각 보험에서 모두 지급되기 때문에 가입자의 필요에 따라 중복으로 가입해도 된다.

서울에 있는 한 상급종합병원 수술실. /조선비즈DB

③ 사망보험 보장한도·기간 축소

부모가 된 금융소비자의 경우 만일의 사망에 대비하고자 사망보험에 가입하는 경우도 많다.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사망보험은 보장 기간이 평생인 ‘종신보험’과 보장기간이 한정돼 있는 ‘정기보험’이 있는데, 보장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종신보험의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비싸다.

보통 사망보험은 활발한 경제활동 시기에, 자녀가 어린 시기에는 보장을 강화해 설계한다. 경제활동기 갑작스러운 가장의 부재가 유족에게 경제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어서다.

만약 보험료 납부에 대한 부담이 커졌거나 자녀가 성장해 독립을 앞둔 시기에는 강화한 보장을 축소하는 것도 방법이다. 보험의 보장금액을 감액하거나 보장 기간을 축소해 매월 내는 보험료를 낮추는 방식이다. 가령 1억원의 사망보험금을 보장하는 종신보험을 보유한 소비자가 매월 25만원을 내고 있었다면 사망보험금을 5000만원으로 축소하고 월 보험료는 절반만 내는 것이다. 다만, 감액한 만큼의 환급금은 수령하지만 보장 금액이 줄어든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④ 만기·해약 환급금 따져보기

보험 가입 시 잘 살펴봐야 하는 것 중 하나가 ‘환급금’ 조건이다. 보험에 섣불리 가입했다가 잘못 가입했다고 판단된다면 서둘러 청약을 철회하는 게 낫다.

청약 철회를 진행할 수 있는 기간은 보험증권을 받은 때로부터 15일 이내다. 보험계약자가 청약을 철회한 경우 보험회사는 철회 신청을 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보험계약자가 낸 보험료를 돌려줘야 한다. 단, 자동차보험 중 의무보험, 보험기간이 1년 미만인 단기성 보험, 보험 가입을 위해 피보험자가 건강진단을 받아야 하는 보험, 단체보험 등은 청약 철회가 불가능하다.

이후에는 금융소비자가 특수한 사유 없이 보험을 계약 만기 전에 깨면 원금에 훨씬 못 미치는 환급금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원금이 아까워 해약을 못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종신보험은 10년 이상 보험료를 정상적으로 납입하더라도 해지 때는 환급금이 원금보다 적다.

만약 매월 나가는 보험료가 부담이거나 가입한 보험 상품의 조건 등이 불만족스럽다면, 만기에 도래했을 때 받는 만기환급금이나 해약 시 돌려받는 해약 환급금을 따져봐야 한다. 그다음 해약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과감하게 정리하는 게 나을 수 있다. 대신 환급금을 재투자해 손실을 만회하는 전략도 함께 고려하는 게 보다 현명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