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고공행진에도 은행 대출금리가 떨어지면서 신규 가계대출도 1년 전보다 두 배로 뛴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12일 기준 연 3.680∼5.796%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초(1월 6일)와 비교해 하단 금리가 1.140%포인트 가량 떨어진 수치다. 빠르게 올랐던 은행 대출금리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2021년 8월 직후 수준까지 내려간 것이다.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의 금리가 같은 기간 0.684%포인트(4.527%→3.843%) 낮아진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부도 사태 이후 국내외 긴축 종료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시장 금리 하락 속도가 빨라졌다.
금융당국의 '이자 장사' 지적으로 비롯된 대출금리 인하 압박도 작용했다. 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앞다퉈 상생금융을 내세워 가산금리를 스스로 낮춘 것이다. 이에 지표금리 낙폭(0.684%포인트)보다 실제 대출금리가 더 많이 떨어졌다.
전세자금대출(주택금융공사보증·2년 만기) 금리(3.900∼6.466%) 하단도 3%대로 내려앉았다. 신용대출 금리(은행채 1년물 기준·연 4.650∼6.150%) 하단 역시 약 5개월 사이 1.006%포인트 낮아졌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의 경우 최저 수준이 5.080%에서 4.090%로 0.990%포인트 내려왔다. 지표금리 코픽스(COFIX)의 0.780%p(4.340%→3.560%) 하락에 가산금리 축소와 우대금리 확대가 더해진 결과다.
이처럼 금리가 긴축 이전 수준에 근접하자, 가계대출도 다시 들썩이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월별 신규 가계대출 추이를 보면, 지난 3월에만 모두 18조4028억원의 새로운 가계대출이 이뤄졌다. 1년 전인 작년 3월(9조9172억원)과 비교하면 약 86% 증가했다.
4월 신규 가계대출 취급액(15조3717억원)도 1년 사이 69% 늘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이 3월과 4월 각각 93%(8조6878억원→16조7628억원), 76%(7조8536억원→13조7888억원) 뛰었다. 3월과 4월의 신규 신용대출도 각각 33%(1조2294억원→1조6400억원), 30%(1조2178억원→1조5830억원) 불었다.
대출은 늘어나지만, 반대로 은행 예금은 빠르게 줄고 있다. 채권 등 시장금리 하락으로 대출뿐 아니라 수신(예금) 금리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기에 시중 자금을 대거 빨아들여 결국 자금 경색의 원흉으로까지 지목되던 작년 하반기와 대조적이다.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따르면 5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의 최고우대금리는 현재 연 3.40∼3.80%다.
각 은행 상품별 12개월 만기 최고우대금리는 ▲ 농협은행 NH고향사랑기부예금 3.80% ▲ 우리은행 원(WON)플러스 예금 3.53% ▲ KB국민은행 KB스타(star)정기예금 3.51% ▲ 농협은행 NH내가그린(Green)초록세상예금 3.50% ▲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 3.50% ▲ 신한은행 쏠편한정기예금 3.47% ▲ 농협은행 NH왈츠회전예금Ⅱ 3.40% 순이었다.
금리 매력이 사라지자 예금은행의 4월 말 수신 잔액(2204조9000억원)은 3월 말보다 13조4000억원 줄었다. 수시입출식예금이 14조8000억원, 정기예금도 6조4000억원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