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국내 반도체 기업에 지원하는 정책자금이 1분기에 연간 목표금액의 7.6%만 집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보통 정책자금은 시행 초기에 신청이 몰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저조한 실적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반도체 기업들이 보수적으로 투자를 집행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시스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와 메모리 반도체 등에 지원하는 정책자금은 지난 1분기 4622억원 집행됐다. 연간 목표 금액 6조원의 7.6% 수준이다. 산업은행은 반도체 부문에 5년 동안 매해 6조원씩 30조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산업은행의 반도체 지원금은 정부와 여당이 반도체 산업·생태계 경쟁력을 강화를 위해 마련했다. 정책자금은 한도가 정해져 있는 특성상 보통 사업 시행 초반에 신청이 몰린다. 1분기에 연간 목표금액의 7.6%만 집행됐다는 것은 국내 반도체 기업이 설비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반도체 한파로 삼성전자(005930) 반도체부문과 SK하이닉스(000660)가 1분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협력업체들까지 투자에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6% 하락한 6000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선 1분기 삼성전자가 반도체 분야에서만 3조원대 후반의 적자를 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흐름에 동참해 감산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업계 2위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적자는 3조6645억원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연간으로는 10조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올해 초부터 감산에 들어갔다.
국내 반도체 생산량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지난 2월 반도체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41.8% 감소하며 2001년 7월(-42.3%), 2008년 12월(-47.2%)과 유사한 감소폭을 기록했다. 2월 가동률 지수(계절조정 기준)도 직전 정점 대비 49.1% 하락하며 2001년 7월(-44.7%), 2008년 12월(-48.0%)과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하반기 반도체 업황 개선 전망도 있어 설비 투자가 살아날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좋아지더라도 내년은 돼야 설비 투자가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산업은행 정책자금 6조원이 모두 집행되긴 힘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