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가상자산 규제안 ‘미카(MiCA)’를 오는 8월부터 시행하기로 하면서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등 대형 코인 가격이 일주일 만에 10% 정도 떨어지고 있다. EU를 필두로 전방위적인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가 가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 심리 역시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24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EU는 지난 20일(현지시각) 찬성 517표, 반대 38표로 미카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카는 가상자산 전반에 대한 규제를 다루는 법안으로 가장자산 시장의 ▲법적 명확성 ▲혁신과 공정한 경쟁 지원 ▲소비자, 투자자 보호 ▲시장 무결성 확보 ▲금융 안정성 ▲국가별 파편화된 규제체계 문제 해소 등의 원칙을 기반으로 한다.
또한 미카는 가상자산 백서 공개 등 발행 요건과 자금세탁방지 의무 시장 불공정거래 금지 등 규칙과 제도 등을 담고 있다. 특히 가치 변동성을 최소화한 가상화폐인 스테이블 코인의 경우, 발행량의 100% 이상을 안전한 자산으로 담보해야 한다. 미카는 최대 18개월 이내에 27개 EU 회원국에서 시행될 예정이다.
EU가 가상자산 전반에 대한 규제에 나서기로 하면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대형 코인 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올해 들어 각각 3만달러, 2000달러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었으나, 미카 통과 소식 등에 가격이 10%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 8시 12분 기준 비트코인은 2만7602달러(3676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일주일 전과 비교했을 때 약 9% 하락한 수치다. 같은 시간 이더리움은 1861달러에 거래되며 일주일 만에 가치가 12.29% 하락했다. 이 범위를 시가총액 10위권 코인으로 넓히면 상위 10개 코인 중 9개가 모두 1주일 전에 비해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폴리곤과 솔라나는 각각 15.36%, 15.19% 가격이 내려가며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미카 통과 소식 등으로 코인 가격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의 두 축은 미국과 유럽이 담당하고 있는데, 유럽이 가상자산 규제에 대한 세세한 기준을 먼저 내놓음으로써 이에 대해 불안감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카가 도입되며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질 것으로 보이자 대형 코인의 가격이 빠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미카 도입이 안정화되면 하락 폭은 점차 줄어들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고 했다.
코인 가격이 떨어지자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디파이 전문 분석사이트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이날 디파이 시장에 예치된 총금액(TVL)은 487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일주일 전인 532억6000만달러와 비교했을 때 8.4% 넘게 감소한 수치다.
미카가 발표됨에 따라 업계의 지각변동도 예측되고 있다. 바이낸스를 포함한 거대 거래소들은 미카 규정에 맞춰 새로운 운영 방안을 마련할 것을 공표하는 등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자오창펑 바이낸스 대표이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미카는 가상자산업계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실용적인 해결책이다”라며 “바이낸스는 미카 규정 준수를 위해 사업을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국내 역시 미카 도입에 발맞춰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5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현재 계류 중인 가상자산 관련 법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은 국경을 넘어 거래되는 특징이 있으므로 효과적인 규제를 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법안 내용이 서로 맞아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카라는 거대 법안이 통과된 만큼,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방향으로 법안을 다듬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