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토스(비바리퍼블리카) 본사에서 (왼쪽부터) 남주영, 김원준, 최동근 개발자가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토스 제공
“초등학교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다. 특히 메이플스토리 게임을 많이 했다. 게임 속 캐릭터가 사냥해 레벨업을 하고 장비를 착용해 강해질 때마다 마치 내가 게임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느 순간 직접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작정 도서관에 가서 C언어와 관련된 책을 빌려 읽었던 게 코딩 공부의 시작이었다. 국영수가 아닌 파이썬, C언어, 자바가 주요 과목이었다.”

바야흐로 개발자 전성시대다. 기업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개발자’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업계는 물론 대기업, 스타트업까지 개발자 유치 경쟁에 나서면서 억대 연봉과 보너스, 스톡옵션을 받는 개발자도 많아졌다. 개발자라는 직업이 비교적 최근 주목을 받으며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탄생) 개발자들이 사회에 나오고 있다.

조선비즈는 지난 12일 서울 역삼동에 있는 토스(비바리퍼블리카) 본사에서 김원준(23), 남주영(20), 최동근(23) 개발자를 만났다. 이들은 모두 IT 관련 특성화고를 졸업한 후 토스에 입사해 일한 지 2~3년 차가 됐다. 김 개발자와 최 개발자는 2021년에 남 개발자는 지난해 입사했다. 채용 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신입 채용인원의 평균 연령은 남성 30세, 여성 27.3세로 조사됐다. 남성 신입사원 평균보다 10년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세 개발자는 채용 시기, 인원, 방식 등이 정해져 있는 보편적 채용방법인 ‘공채’로 입사하지 않았다. 김 개발자와 남 개발자는 개발자 상시채용을 통해 ‘서류-코딩테스트-면접’의 과정을 거쳐 입사했다. 최 개발자는 6500명이 지원한 ‘토스 넥스트(NEXT) 챌린지’에서 2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했다. 이 챌린지는 상시채용과 달리 서류전형 없이 코딩테스트를 바로 치른다.

이들은 어린 나이지만 토스에서 주요 개발 업무를 맡고 있다. 김 개발자는 토스의 프로덕트서버 개발자로 선구매 후결제(BNPL) 시스템 개발 업무를 맡고 있다. 남 개발자는 토스페이먼츠 정산플랫폼팀 서버 개발자로 가맹점 수수료 부과 시스템을, 최 개발자는 토스 디자인플랫폼팀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토스의 디자인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다음은 이들과의 일문일답.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설명해달라.

김원준 “BNPL 가입부터 결제, 환불 등 전반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BNPL은 현금이 없는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한 뒤 돈을 갚는 서비스다. BNPL 서비스의 경우 지난해 3월 출시 이후 잔액이 6월 81억에서 12월 281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BNPL 서비스는 해외에서는 활발하게 쓰이고 있지만, 국내에 들어온 지 오래되지 않았다. 서비스의 안정적인 정착이 중요했는데 개발자로서 서비스 출범부터 성장까지 지켜보고 있다.”

최동근 “TDS라고 불리는 토스의 디자인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내가 만든 디자인 시스템으로 토스 디자이너들은 토스읜 통일된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경험(UX)을 제작한다. 가령 디자이너분들이 글씨 둥글기를 깎거나 그림자 효과를 넣기 위해서 내가 만든 디자인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다. 또 시각장애인에게 화면의 글씨를 읽어주는 기능이나 노인분들을 비롯한 저시력자들을 위한 큰 글씨 모드를 개발하고 있다.”

남주영 “아무래도 토스페이먼츠는 B2B(기업 간 거래) 회사라 생소할 것이다. 토스페이먼츠는 전자지급결제대행사로, 흔히 쓰는 배달의 민족이나 쿠팡 등에서 계산할 때 상품을 결제할 수 있도록 돕는 회사다. 이때 배달의 민족과 쿠팡 등 토스페이먼츠와 제휴가 맺어진 각 가맹점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개발자로 일하며 성장하고 있다고 느낀 경험이 있다면.

김원준 “최근 BNPL 서비스 대금을 나눠서 납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기존에는 BNPL 대금 납부를 일괄적으로 내야 했는데 1000원 이상 나눠서 낼 수 있도록 기능을 만들었다. 결제-환불-납부 등 시스템을 전반을 바꿔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었는데, 장시간의 작업 끝에 모두 개편하고 배포할 수 있었다. 시스템 개편으로 BNPL 서비스 이용자들이 원하는 시점에 금액을 나눠 낼 수 있게 됐다.”

최동근 “최근 구글에서 새로운 사용자인터페이스(UI) 툴인 ‘젯팩 컴포즈(Jetpack Compose)’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내가 속한 디자인플랫폼팀에서도 기존에 사용하던 방법에서 새로운 UI 툴로 시스템을 개발하게 했다. 특히 토스같이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가 많은 회사에서 UI툴을 대규모로 바꾸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빠르게 주요 컴포넌트들을 만들어서 제공해 현재 TDS의 모든 컴포넌트를 기존 시스템과 젯팩 컴포즈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남주영 “토스페이먼츠에서 가맹점 정산 시스템을 제작할 때다. 기존 정산 레포지토리(저장소)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테스트하다 보니 레포지토리에 테스트들이 많아지면서 테스트 시간이 7분을 넘어갔다. 직접 내가 컴파일 레벨을 조정하거나 목(mock)을 제거하는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이를 통해 다른 동료들이 서비스 테스트를 빨리 끝낼 수 있게 도왔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토스(비바리퍼블리카) 본사에서 (왼쪽부터) 최동근, 남주영, 김원준 개발자가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토스 제공

—Z세대에게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한데 개발자는 야근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워라밸은 어떤가.

최동근 “프로젝트를 하다보면 야근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워라밸 정의는 각자 나름인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고 이후 본인의 시간을 갖는 것이 워라밸일 수 있다. 대부분 사람은 일에서 만족감을 찾지 못하니, 일과 삶을 구분해 여가 시간에 워라밸을 찾으려고 한다. 반면 나에게 워라밸은 일에서도 만족감을 찾아 즐겁게 일하는 것이라고 본다.”

남주영 “나에게 맞는 생활 패턴으로 일하며 워라밸을 챙기고 있다. 자율출퇴근제 덕분에 주로 점심쯤 출근해 저녁 늦게까지 일하고 퇴근하는 편이다.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으면 야근도 많다. 나의 경우 야간형 인간으로 오후 이후가 집중이 잘되는데, 일반적인 직장처럼 오전 9시 출근해 오후 6시 퇴근을 하거나 그 이상으로 일했으면 힘들었을 것이다. 오전에는 주로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는 등 취미 생활을 즐긴다.”

김원준 “개발자는 근무 장소가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집에서 봐야 할 일이 있으면 재택으로 일을 할 수 있다. 또 토스의 경우 주 4.5일 근무제다. 매주 금요일은 ‘얼리 프라이데이’라고 전 직원이 오후 2시에 퇴근을 한다. 남들보다 이른 주말을 맞아 취미 생활을 즐긴다.”

—개발자로서 회사를 고를 때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김원준 “개발자의 도전을 존중하는 기업문화가 중요하다. 개발자는 하나의 서비스를 만들 때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직접 코드를 짜봐야 여러 코드를 비교하면서 더 나은 방법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입장에서는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개발자가 한 가지 방법을 밀고 갈 수 있는 게 유리하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효율적인 일 처리를 위해서는 개발자가 여러 시행착오를 겪는 것을 존중해 주는 회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동근 “동료들과 토론 문화가 잡힌 회사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개발자는 홀로 일하지 않는다. 기획자, 디자이너 등과 팀을 이뤄 일한다. 서로 직무가 다른 만큼 질문하고 피드백을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때 중요한 게 편안한 분위기에서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나같이 나이가 어린 저연차 직원은 윗사람에게 의견을 말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함께 일하며 소통이 어려우면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없다.”

남주영 “이용자 수가 많은 회사를 택하는 게 중요하다. 개발자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건 내 서비스를 누군가 써주는 거다. 애플리케이션(앱) 내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피드백이 오지 않으면 재미가 없다. 그런 점에서 개발자들이 대형 핀테크사를 선택하는 게 좋다. 꾸준히 다수의 이용자로부터 반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꾸준히 이용자에게 피드백을 받는 건 개발자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경험이 될 수 있다.”

토스 오피스. /토스 제공

—개발자를 꿈꾸는 학생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남주영 “개발자가 되고 싶다면 어릴 때부터 준비하는 것이 좋다. 특히 관련 특성화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의 경우는 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등학교 소프트웨어학과를 졸업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전문적인 코딩 교육을 배웠다. IT 기업에서 일하는 개발자나 전문가가 선생님이었고 학교 시험으로 웹과 앱을 개발하는 등 실무 중심 수업을 받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현장실습이라고 스타트업, 은행, 공공기관 등에 2~3개월 파견을 나가 직접 일을 할 수 있었다”

최동근 “기술의 단점에 대해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새로운 언어가 계속 나오고, 이를 공부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만큼 대부분 개발자가 신기술만 급하게 배우려고 한다. 토스 NEXT 챌린지 면접에서 받았던 질문 중 하나가 ‘왜 A기술이 아닌 B기술을 사용했는가?’였다. 이 질문에 대해 대답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장점보다는 단점에 대해 꿰고 있어야 한다. 또 단점을 알아야 해결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다.”

김원준 “무엇이든 도전해 봤으면 좋겠다. 이전에 서비스를 만들 때 펜만 잡고 몇 시간을 책상 앞에서 생각만 했던 적이 있었다. 시간만 버릴 뿐 아무런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았다. 요즘은 서비스를 만들 때 컴퓨터 앞에서 아무 코드나 짜보는 것부터 한다. 이것저것 만들다 보면 여러 아이디어나 생각들이 막 떠오른다. 개발자는 단순히 수동적으로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짜고, 디자인하는 등 다양한 업무를 한다. 본인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능력을 쌓아갈 수 있는 직업인 만큼 도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