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이 국내외 정책 지원과 규제 이슈 등에 따라 업종·테마별로 기업 주가가 다 함께 오르내리는 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중소형 보험사의 주가 흐름은 엇갈리고 있다. 보험회사별 사업 구조와 배당 불확실성이 주가 향방을 가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주요 중소형 보험사의 올해 주가 추이를 살펴본 결과, 동양생명의 지난 19일 종가는 3730원으로 올해 첫 개장일인 1월 2일 종가(4635원)보다 약 20% 내렸다. 같은 기간 한화손해보험은 약 3.7% 하락했다. 반면, 코리안리의 지난 19일 종가는 7480원으로 지난 1월 2일 종가(6630원) 대비 약 13% 올랐다. 최근 주가 흐름만 놓고 보면 중소형 보험사 중에선 사실상 코리안리만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국내 증시가 전반적으로 부진하면서 보험사들의 주가는 대부분 내림세를 보였다. 이를 고려하더라도, 동양생명 주가의 하락폭이 유독 크다. 동양생명의 현 주가는 52주 최고가(7000원) 대비 46.7% 내린 수준이다. 한화손해보험 주가는 52주 최고가(5430원)보다 18% 빠졌고, 코리안리는 52주 최고가(8719원) 대비 14.2% 떨어졌다.
보험업계에서는 IFRS17 도입 이후 부각된 보험사별 자본 구조 리스크와 배당 불확실성이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금리 상승과 올해 시행되는 새 회계기준 IFRS17과 새 지급여력제도 '킥스(K-ICS)' 도입은 보험업계의 실적과 주가 흐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공통 호재로 평가된다. 금리가 오르면서 보험사의 자산 운용 수익도 늘어나 실적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어서다. 또 IFRS17을 도입하면서, 대부분 보험사들의 경상 이익이 개선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얘기다.
실제 보험사들이 2022년 감사보고서에 지난해 실적을 기존회계기준 IFRS4와 새로운 IFRS17기준의 자산, 부채, 자본, 이익을 공시했는데 기존보다 자산과 부채가 감소했고, 자본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회계상 보험수익 인식 기준과 비용 책정 방식이 바뀐 영향이다. 기존 회계기준은 보험사의 보험 부채를 원가로 평가했는데, 새 회계기준은 현재 가치로 평가한다. IFRS17로 전환하면서 보험사의 재무제표상에는 계약서비스마진(CSM) 항목이 신설됐다. 이는 보험사가 상품 판매로 미래에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회계기준 전환에 따른 보험사의 이익이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기존 IFRS4와 달리 매 회계연도에 보험사가 계약자에서 제공한 서비스를 반영해 수익을 인식하는 데다, 기존에는 단기 비용 부담이 따르던 신계약 비용이 IFRS17 상에선 전 기간에 배분돼 신계약 관련 초기 비용 부담 축소 효과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기선도금리(LTFR)를 반영하면서 할인율이 상승해 부채 규모가 줄고 이에 따라 부담 이자가 축소되는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동양생명 사정은 다른 보험사들과 달랐다. 강승건 연구원은 "IFRS17로 전환하면서 동양생명을 제외하고 모든 보험사가 이익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동양생명은 기존 IFRS4와 새로운 IFRS17로 전환에 따른 이익 증가 효과가 작은 보험사로 꼽힌다. 보험료 주수입이 저축성보험에 쏠려있는 구조 탓이 크다. 금리 확정형 저축성보험은 만기에 납입보험료에 확정 이자를 더해 가입자에게 돌려주는 상품이다. 보험사로선 고스란히 회계상 부채로 인식된다.
금리 인상으로 기존 보유 계약 저축보험 가입자의 중도 해약 등이 발생하자, 이를 막기 위해 다시 높은 금리로 저축 보험 판매를 늘렸다. 환율 변동으로 파생상품에서 평가 손실도 커졌다. 이 회사는 지난해 4분기 58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고, 지난해 상장 이래 처음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런 사업 구조상의 리스크가 기업 가치 평가와 주가 흐름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의 주주 환원 정책도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 4년간 배당을 하지 않았다. 이 회사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1년 전보다 93.7% 증가한 3021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순이익(553억원)과 영업이익(842억원)이 모두 흑자 전환했다.
증권가에서는 이 회사가 주가 부진을 해소하려면 배당 관련 제도와 주주환원 정책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한화손보는 CSM 마진(3조5000억원) 대비 시총이 5000억원에 불과하다"면서 "유의미한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배당가능이익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한화손해보험은 금융 당국에 킥스 경과 조치를 신청해, 단기에 배당성향을 확대할 가능성도 적다. 경과조치를 신청한 보험사의 배당성향은 최근 5년간 업계 평균의 50% 또는 해당 보험사의 과거 5년간 평균의 50% 중 큰 값을 넘길 수 없다. 배당이 과도하게 책정되지 않도록 배당성향을 제한한 것이다.
다른 중소보험사의 주가 부진과 달리 최근 코리안리의 주가 상승세가 부각됐다. 이 역시 사업구조에 따른 실적 성장과 배당 기대가 작용하고 있다. 코리안리는 국내 유일 재보험사다. 재보험사란 보험회사가 단독으로 위험을 부담하기 어려운 큰 액수의 계약에 대해 그 위험을 다시 인수하는 회사다.
코리안리의 지난해 수재보험료는 9조724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1% 늘었다. 수재보험료 연간 성장률은 2011년(14.1%) 이후 최대 성장률이다. 지난해 이 회사는 신한라이프, 삼성생명과 공동재보험 계약을 맺었다.
배당 불확실성도 상대적으로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회사는 지난해 무상증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증자비율에 따라 그 효과가 다르기는 하지만, 무상증자는 기업이 주식 대금을 받지 않고 주주에게 주식을 추가로 주기 때문에 시장에선 일종의 주주환원책으로 여긴다. 자사주를 제외한 모든 주주의 지분율이 상승해 주주 가치 상승에 기여하는 것이다.
코리안리가 기존 배당성향을 유지하면, 올해 배당수익률은 6.3%가 될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했다. 설용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 새 제도 도입 등 대내외 환경 변화는 코리안리의 구조적 성장에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새롭게 도입된 킥스(K-ICS) 하에서 공동재보험을 통해 금리부부채를 이전받을수록 자본비율도 개선된다"고 설명했다. 금리부부채란 보험계약에 의해 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부채에 대한 적립금이다. 다만, 가뭄, 홍수, 지진, 허리케인 등 대형 자연재해 증가는 이 회사의 해외수재 손실을 키울 수 있는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