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건물.

금융감독원이 지방자치단체 등에 파견한 직원의 업무실적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하반기 자금시장의 불안을 야기한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할 당시에도 금감원 직원은 강원도지사 금융정책 보좌·자문 목적으로 파견을 나갔지만, 관련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파견의 타당성·실효성을 심의·관리하는 내·외부 통제장치를 마련하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금감원에 대한 정기감사에서 2019~2022년 6월까지 감독 당국이 지자체에 파견한 86명의 업무실적과 복무실태를 점검한 결과, 지자체 파견자 1인이 1년에 작성한 보고서는 평균 0.48개 수준에 불과했다고 4일 밝혔다.

감사원은 "금감원은 감사원이 업무실적 자료를 요청한 데 대해 '파견자들이 구두로 금융자문 등을 수행하고 있어 이를 증빙하는 문서는 없다'라는 답변과 함께 3쪽 분량의 가상자산 보고서 등 총 41개의 보고서를 제출했다"라며 "이마저도 동향보고자료, 정책자료 등 파견된 지자체에 특화된 자문으로 보기 어려운 것도 다수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감사원은 금감원이 강원도지사의 금융정책 보좌·자문 목적으로 직원을 파견했음에도 지난해 9월 채권시장의 파장을 일으킨 레고랜드 사태를 미리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당시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레고랜드 개발을 맡은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국내 채권 신용도가 폭락해 금융시장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 하지만 강원도지사 자문을 위해 파견된 직원은 올해 1월 감사원에 "(채무불이행 선언) 발표 이전까지 강원중도개발공사의 회생신청 계획과 관련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관련 자문을 제공한 사실도 없다"라고 답변했다.

감사원은 "금감원 직원은 사전에 관련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조언을 요청받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파견자의 역할 및 필요성이 불분명하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금감원은 강원도로부터 관련 자문 요청이 없어 해당 사실에 대한 사전 파악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금감원은 파견 여부를 결정하면서도 파견 필요성, 파견자의 직급·규모 등을 내부(인사위원회)·외부(금융위원회)에서 검토·심의하는 절차 없이 부원장·부원장보·국장이 이를 결정했으며, 업무실적 등 사후관리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의 일부 파견자들은 무단결근 등 복무규정을 위반하고 예산도 부당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감원은 지자체에 파견된 직원 등에게 국장·팀장급의 '유사직위'를 주는 방식으로 46명을 초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2009년, 2015년, 2017년 세 차례나 유사직위를 두지 말라고 지적했으나, 금감원은 2017년 이후에도 이러한 자리를 5개 늘려 현재 46개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감사원은 "파견의 타당성·효과성을 검토·심의하지 않은 채 직원을 외부에 파견하여 조직의 업무·예산상 효율성을 저해하는 일이 없도록 파견의 타당성 및 실효성을 심의·관리하는 내·외부 통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금감원에 통보했다. 또한, 감사원은 유사직위는 폐지하고 복무 불량이 확인된 직원 5명은 징계 등 인사 조치를 하라고 금감원에 전달했다.

아울러 감사원은 금감원의 금융회사 검사·감독 등 고유업무와 관련해 법률이 아닌 고시에 근거해 금융회사의 물품·자료를 봉인하고, 적법절차 등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채 디지털포렌식을 실시한 점을 꼬집었다. 또, 검사결과 조치안을 내부심의할 때 입증서류의 검토가 미흡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감사원은 금감원이 증권사의 공모규제 회피 정황을 인지하고도 조사하지 않고, 외부감사인(회계법인) 지정대상이 아님을 알면서도 직권지정했으며, 감리과정에서 적법절차를 미준수하는 등 부당 업무수행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감사원은 은행이 예금보험료, 지급준비금 등 대출자와 관련 없는 비용을 대출 가산금리에 반영하고, 소비자가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할 때 안내하는 요건과 실제 심사항목을 달리 운영하는데도 금감원이 실태점검 등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직․예산 운영의 개선, 미비한 규정 보완, 부당하게 업무를 수행한 관련자의 문책을 요구했다"라며 "이를 통해 금감원이 조직·예산운영의 효율성을 한 단계 높이고, 금융감독·검사기관의 역할을 보다 공정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