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은행 3사가 시중은행들과 비교해 눈에 띄는 성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조선비즈DB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국내 인터넷은행 3사가 금융 시장에서 투자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과 비교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만한 차별점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28.9% 증가한 2631억원을 기록했다. 케이뱅크는 83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순이익이 271.6% 급증했다.

양대 인터넷은행의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됐지만, 금융 시장에서는 여전히 지속적인 성장성에 대한 의문부호가 가시지 않고 있다. 상장 초반 급등 후 줄곧 내림세를 보였던 카카오뱅크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에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으며, 증시 입성을 노렸던 케이뱅크는 몸값이 추락하자 결국 상장을 철회했다.

◇ 카카오뱅크, 6개월째 2만원 중반…케이뱅크는 상장 철회

카카오뱅크는 30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전날보다 0.62% 하락한 2만4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9월 중순 2만5000원대까지 주가가 하락한 후 6개월 넘게 2만원대 중반을 뚫지 못한 채 공모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21년 8월 상장 당시 성장성이 클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며 화려하게 출발했다. 상장 당일 공모가 3만9000원을 훌쩍 뛰어넘은 6만9800원으로 거래를 마친 카카오뱅크는 줄곧 상승세를 보이며 8월 20일에는 9만4000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자사주를 싼값에 취득한 카카오뱅크 직원들이 얼마나 큰 돈을 거머쥐었는지 유추하는 글이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나 카카오뱅크는 이후 이렇다 할 성장동력이 없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면서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카카오뱅크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시중은행이 이미 모바일뱅킹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불편한 점을 상당 부분 개선하면서 인터넷은행으로서 갖는 강점이 상당 부분 퇴색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 측은 비대면 개인사업자대출 등에서 먹거리를 찾겠다고 밝혔지만, 금융 시장에서는 시중은행과 비교해 이렇다 할 차별화 전략이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케이뱅크는 지난해부터 상장을 추진했지만, 예상보다 몸값이 크게 하락하자 결국 지난 2월 준비 작업을 중단하고 상장을 미루기로 했다. 올해 들어 기업가치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결국 상장을 철회한 것이다.

두나무가 운영하는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29일 기준 케이뱅크 비상장 주식의 최근 거래액은 1만800원으로 추정 시가총액은 4조575억원을 기록했다. 케이뱅크 비상장 주식 가격은 지난해 3월 30일 2만3400원에서 절반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카카오뱅크 상장 후 주가 추이(단위 : 원)

◇ 토스뱅크는 때아닌 ‘위기설’ 휩싸여

인터넷은행 3사 중 가장 늦은 지난해 10월부터 영업을 시작한 토스뱅크는 최근 위기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만기가 오기 전 예금에 대한 이자를 먼저 받는 방식의 신규 예금상품을 지난 24일 출시한 후 오히려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자본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쏟아진 것이다.

토스뱅크는 자본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BIS 자기자본비율은 위험가중자산에 대한 자기자본비율로 이 지표가 높을수록 건전성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토스뱅크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지난 2021년 12월 말 36.71%에서 지난해 9월 말에는 11.4%로 불과 3분기 만에 3분의 1 이하로 떨어졌다. 9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37.1%, 케이뱅크는 14.5%를 각각 기록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가 직접 나서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이 시중은행보다 8배 높은 833.5%로 유동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은 상황이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BIS 자기자본비율 추이/금융감독원

◇ 새 먹거리 확보 난항 속 리스크 관리도 고민

인터넷은행은 출범 초반 시중은행들의 과점 구조를 개선할 ‘메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시중은행들과 비교해 오랜 기간 성장세를 이끌 만한 차별화 된 수익 구조가 부족하다는 혹평에 휩싸였다.

지난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실적이 개선된 것도 시중은행과 같이 금리 인상으로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 급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얘기하면,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마무리되고 금융 당국의 지속적인 압박으로 예대마진 수익이 줄어들 경우 인터넷은행의 성장세도 크게 꺾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달 카카오뱅크에 대해 본질적 가치에 비해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며,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 현대차증권 역시 “부동산 규제 완화 등 정책적 뒷받침과 기저효과 영향 등으로 부동산 대출은 증가하겠지만, 성장률 전망치가 높아지기 어렵고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 개선 기대감도 약하다”고 분석했다.

토스뱅크의 경우 성장성보다 오히려 리스크를 걱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의 경우 전체 자산의 절반 이상이 대출자산으로 구성된 데 비해 토스뱅크는 자산을 주로 채권 등 유가증권에 투자했기 때문에 채권 가격이 하락할 경우 뱅크런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토스뱅크의 총자산은 27조3588억원으로 이 가운데 유가증권 비중은 64%에 해당하는 17조6040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