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고정금리 대출을 더 낮은 금리의 변동금리로 갈아탈 때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리 변동에 취약한 가계부채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고정금리 대출을 확대하는 차원에서다.
당국은 금리 인상기 차주(대출받은 사람)의 이자 부담이 급격히 늘어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을 늘리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정점에 다다랐다는 관측에 따라 여전히 변동금리를 선택하고 있는 차주가 많은 상황이다. 고정금리를 선택할 경우 기준금리가 내려가더라도 계속 일정한 수준의 이자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국은 금리 상승세가 꺾일 경우에도 차주의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고정금리로 유인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29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는 고정금리 대출을 선택할 경우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행정지도를 통해 고정금리 비중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데 개별 차주 입장에서는 금리가 내려갈 수도 있기 때문에 본인의 상황과 대출의 만기를 고려해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중에) 선택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선택 과정에서 당국이 (고정금리로 유인할 수 있는) 어떤 인센티브를 줘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라며 "여러 가지 방안 중 하나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라고 했다.
금융 당국은 매년 금융업권별로 대출별 고정금리 비중 목표치를 제시하고 있다. 금리 인상기에 변동금리 비중이 높으면 금리 상승의 충격이 대출 차주에게 오롯이 전가되고, 이는 대출의 부실로 이어져 금융 안정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금감원은 올해 말까지 은행권의 장기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비중을 71.0%, 비거치식 분할 상환 비중을 85.0%로 전년 대비 2.5%포인트 높였다. 당국은 고정금리 비중 목표치를 달성한 은행 등 금융사에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변동금리 대출 비중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혜택은 주택신용보증기금 출연 요율을 우대하는 등의 방식이다.
그러나 당국의 혜택이 금융사에 한정되다 보니 금리를 최종 선택하는 차주는 고정금리를 선택할 유인이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월 은행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24.2%다. 70%가 넘는 차주가 여전히 변동금리 대출을 선택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당국은 금융 소비자에게 직접 고정금리 선택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는 금융 당국이 강제할 수 없고 은행 등 금융사의 협조가 필요한 영역이다. 하지만 최근 이자 잔치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대환대출플랫폼 구축 등 대출 갈아타기까지 활성화되고 있어 금융사도 중도상환수수료 감면에 협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은행권이 대환 대출 활성화에 따라 중도상환수수료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라며 "(중도상환수수료 감면이 결정된다면) 큰 틀에서 이 방향성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