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애플리케이션(앱) 에브리타임 운영사 비누랩스 제공

학생증 기능이 탑재된 체크카드로 대학생을 공략하던 시중은행이 최근 잇달아 간편결제로 전환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시중은행 애플리케이션(앱)보다 토스와 카카오뱅크 앱을 더 많이 사용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디지털 금융 도입으로 환경이 빠르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학생 앱 에브리타임 운영사 비누랩스는 ‘Z세대 트렌드 리포트: 금융 생활 편’을 통해 대학생들이 은행 앱 가운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토스(24%)라고 조사했다. 카카오뱅크(22%)가 뒤를 이었고 ▲KB국민은행(18%) ▲농협은행(14%) ▲신한은행(7%) 순이었다. 대학생의 절반 정도가 토스·카카오뱅크 등 핀테크 기반 인터넷전문은행을 선호하는 셈이다.

주거래 은행의 경우 국민은행(21%)을 가장 많이 이용했다. ▲카카오뱅크(19%) ▲농협은행(18%) ▲토스뱅크(17%) ▲신한은행(8%)이 뒤를 이었다. 즉 주거래은행이 아니어도 앱 사용 시엔 인터넷은행을 더 선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응답자들은 시중은행 앱의 불만족 요소로 ‘송금이 불편’(48%)과 ‘거래·반응 속도가 느림’(31%)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주 이용 결제 수단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오프라인에서는 ▲체크·신용카드 69% ▲삼성페이 24% ▲간편결제 5%였다. 그러나 온라인은 ▲간편결제 53% ▲체크·신용카드 33% ▲계좌이체 및 무통장 입금 10% ▲삼성페이 2%로 나타났다.

삼성페이를 통해 발급된 하나금융그룹 제휴 고등학교의 학생증. /삼성전자 제공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중은행은 간편결제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8일 삼성전자와 파트너십을 맺고 삼성페이 내 학생증 발급 서비스를 출시하기로 했다. 만약 실물 학생증의 바코드로 학교 급식∙도서관 이용이 가능할 경우 삼성페이로 발급한 학생증도 바코드를 통해 동일하게 사용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KB국민은행도 지난 6일 성신여대와 리브캠퍼스(Liiv Campus) 제공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메타버스 기반 모바일 학생증 발급 포문을 열었다. 학생들은 각자의 아바타로 가상 캠퍼스를 거닐며 메타 공간 안에서 서로 소통할 수 있고,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학생증과 커뮤니티·학사일정 등 다양한 학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하반기 메타버스 학생증을 출시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시나몬과 대학 생활 통합 앱 헤이영 캠퍼스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연세대 학생증 애플리케이션에 간편결제, 간편송금 서비스를 탑재한 연세페이 서비스를 정식 출시했다. 이는 우리은행과 우리카드의 통합결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신한은행의 대학생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헤이영 캠퍼스'. /신한은행 제공

은행들이 학생증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잠재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학생증 경우 사진이 탑재돼 카드 관리·운영이 쉽지 않고, 사용 실적 역시 큰 수준이 아니라 실익 자체는 크지 않다는 게 업권의 설명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졸업하고 금융 거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학생증 카드와 은행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에 이들을 선점하는 것이 미래 성장 전략인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학생들도 더는 실물 학생증을 들고 다니지 않고 모바일 앱을 이용하고 있어 은행들도 이를 공략하고자 간편결제 업체 손을 잡거나 자체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면서 “올해 들어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접어들고 다시 본격적인 대면 수업이 이뤄지면서 미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모바일 학생증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