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금융위원회에 이전 공공기관 지정안을 전달하면서 본사 부전 이전을 위한 본격적인 첫 단계를 밟았다. 저연차 직원 중심으로 구성된 노동조합의 강한 반발 속 행정절차 완료를 위한 컨설팅까지 진행하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28일 산은 노동조합은 금융위가 있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본점 지방 이전 방안을 노사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의해 행정절차를 추진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전날인 27일 산은이 경영협의회를 열고 지방 이전기관 지정 절차를 밟기 위한 검토 보고서를 금융위에 제출한 것에 반발하기 위함이다.
이날 산은 노조는 "강석훈 산은 회장은 노조가 요청한 지방 이전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노사 공동 태스크포스(TF) 설립을 거부하고 직원 2800여명이 반대 서명을 했음에도 일방적으로 지방이전기관 지정안을 결의했다"면서 "법적·절차적 하자가 있는 사측의 이전 방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금융위원회 등 담당 부처에도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은은 지난 27일 오전 여의도 본점에서 경영협의회를 열려 했으나, 노조가 이 회의에 참석하는 김복규 수석부행장과 이근환 부행장의 출근길을 저지하면서 모처의 호텔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부산 이전 추진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로, 금융위는 올해 1월 연내 산은의 부산 이전 추진을 업무계획으로 제출한 바 있다.
산은의 이번 보고서 제출을 시작으로 행정절차 첫발을 떼면서 이전 공공기관 지정은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부산 이전을 하려면 필수 조건으로 법 개정과 더불어 국가균형발전위원회로부터 지방이전기관으로 지정받아야 한다. 이번에 산은 의견을 받은 금융위가 지방이전기관 지정안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하면, 국토부는 유관기관 협의 후 국가균형발전위에 안건을 제출해야 한다.
만약 균발위에서 의결이 되면, 산은은 노사 합의를 거쳐 부지·규모 등 구체적인 이전 계획안을 작성해야 한다. 산은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이전공공기관 지정방안 검토' 문서에 따르면, 산은은 5월까지 정책금융 역량 강화방안 마련을 위한 컨설팅을 마친 뒤 이르면 6월에는 이전 계획을 산은법 개정과 연계해 제출할 계획이다.
산은이 행정절차 과정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이전공공기관 지정방안 검토 문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산은은 이 문서에서 "국회의 법 개정 추진 난항, 직원 반발 등으로 합의된 이전계획을 마련하는 데 애로가 있다"라며 "이전기관 지정 단계에서는 간소화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현재 한국산업은행법에 따르면 본사 위치는 서울로 명시돼 있다. 이전을 하려면 국회에서 산은 본점 소재지에 대한 법 수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한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강행에 노조 측은 더 격렬한 반대의견을 내고 있다. 외부 인사가 아닌 내부 승진자인 김복규 신임 수석부행장의 지난 23일 첫 출근이 노조 저지로 무산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15일 산은이 부산 이전 추진을 위해 개최할 예정이던 '직원 설명회'는 직원들의 반발로 파행됐고, 10일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윤석열 정부 규탄 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산은 내부에선 팀장급 이상과 그 아래 직원들 간 불신이 커지면서 세대 갈등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산은 노조는 이르면 이날 오후 법률 검토를 거쳐 이번 행정절차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할 예정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