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이 필요할 때 최고 연 15.9% 금리로 최대 1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소액생계비대출 상품이 27일 출시됐다. 서민금융진흥원은 당일 대출을 통해 취약차주의 불법 사금융 피해를 최소화하겠단 입장이지만, 소액생계비대출이 불법 사금융의 대안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부터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소액생계비대출 상품이 출시됐다. 대출금액은 최초 50만원으로 이자를 6개월 이상을 성실히 납부하면 추가 50만원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병원비 등 자금 용처가 증빙되면 바로 100만원 대출이 가능하다. 금리는 15.9%에서 시작되지만 6개월 성실히 상환하면 12.9%, 1년 상환 시 9.9%까지 금리가 낮아진다. 여기에 금융 교육을 이수하면 최저 연 9.4%를 적용받는다.
소액생계비대출은 대부업조차 이용이 어려워 불법 사금융에 노출되는 취약 차주를 대상으로 서민금융진흥원이 내놓은 상품이다. 지원 대상은 만 19세 이상 성인으로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이면서 연 소득 3500만원 이하인 경우다. 자금 용도는 생계비로 제한된다. 연체자와 소득증빙 확인이 어려운 경우도 지원되며 자금 용처에 대한 증빙도 필요하지 않다.
상품 출시 전부터 소액생계비대출은 큰 흥행을 끌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나흘간 소액생계비대출 상담 예약을 받은 결과 예약 가능 인원의 약 98%인 2만5144명이 상담 신청을 했다. 사전 예약 첫날인 22일에는 신청자가 폭주해 대출 실행기관인 서민금융진흥원 홈페이지 접속이 지연되기도 했다. 금융위는 주 단위 상담 일정을 월 단위로 바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소액생계비대출이 당일 대출이라는 점에서 취약 차주의 단기적 생활비 안정은 꾀할 수 있어도, 일시적 대출이라는 점에서 본래의 취지인 불법 사금융 접촉 차단이라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첫날부터 신청자가 몰렸다는 건 당장 100만원을 구하기 어려운 취약차주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인데, 대출 한도가 턱없이 낮고 고금리라는 점에서도 정책효과가 떨어진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개인회생 최저생계비는 1인 기준 124만원, 2인 기준 207만원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50만원만 대출해주고 6개월간 성실 상환할 경우 50만원을 추가 대출해주는 것은 취약 차주에게 실질적 효과를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고금리에 따른 비판도 일고 있다. 취약차주에 대한 대출임에도 대출 시작 금리가 최고 15.9%대에 이르는 것에 대해 대부업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저소득·저신용 계층에 대한 대출금리가 연 15.9%라고 하면 취약계층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금리다"라며 "또 1인당 최대 대출금액이 100만원인데 이는 1인당 최저생계비보다도 적은 수준으로, 최소 200만원 이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민금융진흥원 관계자는 "소액생계비대출은 일반 대출이 아니라 국민행복기금과 시중은행이 절반씩 내준 기부금 1000억원을 바탕으로 운용하는 특수적 성격을 가진 대출이다"라며 "연체 이력이 있고 무직인 취약자주는 법정최고금리(20%) 이상의 살인적 고금리 대출에 내몰리는데 이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빠지는 것을 최소한이라도 막고자 출시했다"고 말했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사금융 평균 연이율은 414%이다.
전문가들은 불법 사금융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정책 금융상품을 늘리는 것보다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방안이 법정 최고금리 인상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당국에서 최대 100만원을 빌려주는데도 수많은 취약 차주가 몰릴 만큼 서민들이 제도권 내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법정최고금리를 최소 25%로 인상해 취약 차주들이 제도권 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민간 서민금융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