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평동 SC제일은행 본점. /조선비즈DB

SC제일은행이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기능을 강화했다. 이사회가 은행장의 성과 평가를 실시하고, 내부통제 체계와 작동 상태를 점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금융 당국이 금융사의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해 이사회에 칼끝을 겨누자 SC제일은행이 이사회의 역할을 선제적으로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 당국과 SC제일은행에 따르면 이 은행은 최근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하고 이사회 결의 및 보고사항 항목으로 은행장의 선임, 해임 및 성과 평가를 새롭게 추가했다. 이번 개정안은 이사회 관련 내부규범 내용을 명확히 하라는 금융감독원의 주문에 따라 마련된 것으로 확인됐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내부규범 내용을 좀 더 명확하고 자세히 기술하도록 금감원의 권유를 받은 사항을 실행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SC제일은행은 개정안에서 이사회의 내부통제 기능도 강화했다. 이사회가 내부통제 체계·운영에 대한 실태 점검 결과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내부통제기준 점검 결과 등을 보고 받을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가 내부통제시스템 평가보고서, 자금세탁방지업무 등에 대한 평가 및 조치 결과 등을 승인하도록 했다. 또한 은행과 관련해 중요한 법적 사항 및 금융사고 조사에 대해서도 보고 받은 뒤 심의할 수 있는 항목도 추가했다.

이사회의 구성도 다양화되고 투명해질 전망이다. SC제일은행은 사외이사 후보군을 상시 추천하기로 내부규범을 개정했다. 추천자가 사외이사 후보군에 대한 추천을 시기의 제한 없이 상시로 추천하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관련 의안을 결정한다. 또, 사외이사 후보군으로 적정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후보자에 대해서는 상시로 후보군에서 제외할 것을 요청할 수 있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3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SC제일은행의 이런 움직임은 최근 금융당국의 이사회 개선 주문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1월 말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토론회에서 금융사의 투명한 지배구조 구축을 주문했다. 금감원은 올해 금융사의 지배구조 개선 및 이사회 기능 제고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거수기 역할만을 하는 이사회가 아닌 경영전략, 내부조직 및 지배구조, 리스크관리에 관한 최종 의사결정기구로서의 이사회 기능을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각 금융사 이사회의 운영 현황에 대한 실태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아울러 감독 당국과 은행 이사회 간 직접적인 소통 정례화를 추진한다. 금감원은 "이사회는 은행의 경영 전략, 내부 조직 및 지배구조, 리스크 관리에 관한 최종 의사결정 기구로서 기능한다"라며 "은행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고 건전한 지배구조가 확립되기 위해서는 이사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공재 측면이 있는 은행 지배구조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이사회 기능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사옥 전경. /각사 제공

금융 당국이 이사회 선진화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SC제일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은행들 또한 이사회 기능을 제고하는 방안을 속속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사회의 역할에 대한 점검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 금융 당국의 핵심 과제인 만큼 이사회 운영의 개선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