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금융공사가 '특례보금자리론'의 폭발적인 인기에 은행권에 긴급 도움을 요청했다. 밀려드는 신청에 심사가 지연되며 다른 정책금융 업무에도 차질을 빚자 결국 은행권에 SOS를 청한 것이다.
은행권은 주금공의 요청에 특례보금자리론 신청·심사를 할 채비를 하고 있지만,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존 대출을 특례보금자리론으로 넘기는 마당에 심사까지 도와줘야 한다"라는 볼멘소리가 내부적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최근 특례보금자리론의 신청·심사를 진행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 관계자는 "주금공에서 시중은행에서도 특례보금자리론의 신청과 심사를 해달라는 요청이 왔고, 내부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단계다"라며 "적어도 3개월은 걸릴 것이다"라고 했다. 주금공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집값이 9억원을 넘지 않으면 최저 3%대 후반의 고정금리로 소득에 관계없이 최대 5억원을 대출해주는 정책 주택담보대출 상품이다. 비대면 신청은 주금공에서 심사하고, 대면 신청은 SC제일은행에서 심사를 진행한다.
그러나 특례보금자리론에 대한 초기 수요가 많아 이달부터 기업은행에서도 대면 신청 및 심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다른 은행도 차례로 신청 및 심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주금공은 SC제일은행을 대면 창구로 두고, 나머지 심사는 자체적으로 소화하려고 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초기 신청이 몰려 심사가 지연되고 다른 정책 모기지 심사까지 불편을 겪자 은행권에 다시 도움을 요청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출시 한 달만인 지난달 28일 기준 7만7000명(17조5000억원 규모)이 신청했다.
특례보금자리론 신청자들은 심사가 지연되다 보니 잔금일까지 대출이 실행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상 주담대를 신청할 경우 한 달 안팎의 여유기간을 둔다. 하지만 특례보금자리론 이용자들은 심사가 오래 걸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신청 가능 시기인 잔금일 기준 70일 이전부터 미리 신청하고 있다. 대면 신청이 심사가 더 빠르다는 이야기를 듣고 온라인 대신 은행 창구를 찾는 이들도 있다.
결국 은행이 특례보금자리론의 구원투수로 나선다. 그러나 은행은 기존 대출을 특례보금자리론으로 넘기는 상황에서 신청과 심사까지 도와줘야 한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 이용자 중 절반 이상은 은행 등 기존 대출을 대환하기 위한 용도로 이 상품을 신청했다. 특례보금자리론 자금 용도 중 기존대출 상환이 4만2000건(8조9903억원)으로 54.9%를 차지했다.
은행 고위 관계자는 "사실상 우리 대출을 빼앗기는 상황에서 이마저도 잘 뺏을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하는 격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기존 업무에 특례보금자리론 신청·심사 업무까지 더해지는 것이라 달갑지는 않다"라면서도 "심사가 지연돼 문제가 생긴다고 정부에서 계속 이야기하는데 어떻게 외면할 수 있나"라고 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의 심사가 은행권으로 넘어가며 다시 4년 전 안심전환대출의 수요 예측의 실패가 재연됐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19년 실시했던 2차 안심전환대출 당시 20조원 한도에 74조원 규모의 신청이 몰리며 과열 양상을 보였다. 결국 밀려드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 주금공은 시중은행에 안심전환대출 심사에 손을 보태달라고 도움을 청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 4곳이 주금공과 함께 심사에 참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2차 안심전환대출 출시 때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때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했으나, 결국 은행권에 도움을 요청한 것을 보면 초반 수요가 어느 정도 될지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