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을지로에 있는 IBK기업은행 본점. /기업은행 제공

금융 당국이 은행권에 고배당 자제를 권고했음에도 기업은행(024110)은 3년째 은행권 중 가장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기업은행만 금융 당국의 고배당 자제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오는 23일 주주총회를 열고 주당 960원, 배당성향 31.2%의 2022년 결산 배당안건을 의결한다. 총배당액은 7655억원으로 전년(6219억원) 대비 23.1%(1435억원) 늘어난다. 기업은행의 배당성향은 2020년 29.5%에서 2021년 30.7%로 꾸준히 증가세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의 평균 배당성향은 25.45%로 전년(25.83%) 대비 소폭 줄었다. 신한지주(055550)는 전년 대비 3.24%포인트 줄인 22.8%로 책정했다. KB금융(105560)은 전년과 같은 26%를 확정했으며, 하나금융지주(086790)는 26%에서 27%로, ##우리금융지주도 25.29%에서 26%로 소폭 늘렸다.

금융지주사들이 전년보다 배당을 소폭 늘리거나 동결·삭감한 것은 금융당국이 손실흡수능력 강화를 주문하며 고배당 자제를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기업은행은 다른 은행에 비해 건전성과 손실흡수능력이 다소 떨어지는데도 유일하게 고배당을 유지했다.

지난해 말 기준 기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4.67%로 전년 말(14.85%) 대비 0.18%포인트 하락했다. BIS 비율은 은행 건전성 핵심 지표로 같은 기간 KB금융 16.16%, 신한금융 16.0%, 우리금융 15.3%, 하나금융 15.64%를 각각 기록했다.

위기 상황에서 금융사가 지닌 손실흡수능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의 경우 기업은행은 11.08%로 전년 말(11.29%)보다 0.21%포인트 빠졌다. 4대 금융지주는 CET1을 12~13%대로 유지하고 있다. CET1은 은행의 배당 여력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왼쪽부터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사옥 전경. /각사 제공

4대 금융지주에 비해 배당 여력이 부족한 기업은행이 고배당을 유지하는 것은 지배구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업은행의 최대 주주는 기획재정부로 지난해 말 기준 59.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번 배당으로 기재부는 약 4560억원을 받게 된다. 전년(3701억원) 대비 약 860억원 늘어난 규모다.

금융권에서는 한국전력(015760)한국가스공사(036460) 등 에너지공기업의 대규모 적자로 배당금이 줄어든 정부가 기업은행에 고배당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 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에도 기업은행이 고배당을 유지하자 금융권에서는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이 나온다. 앞서 금융 당국은 코로나19 확산 직후인 2020년 결산 때도 금융지주와 은행에 배당성향 상한 20%를 제시했는데, 기업은행은 대상에서 제외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