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건물에 부착된 애플페이 홍보물. /연합뉴스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가 21일 국내에서 상륙했다. 애플페이는 애플의 충성도 높은 고객을 바탕으로 간편결제 시장에서 '메기'가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삼성페이의 대항마가 되기에는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플은 이날 애플페이의 국내 서비스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일 금융당국이 애플페이를 허용키로 한 지 약 한 달 반만이다. 금융위는 "관련 법령과 그간의 법령해석을 고려한 결과 신용카드사들이 필요한 관련 절차를 준수해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을 추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애플페이 국내 사용 허용을 공식화했다.

애플페이가 국내에 출시됐지만 당분간 현대카드로만 이용할 수 있다. 현대카드가 금융위 심사과정에서 애플페이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을 포기하면서 다른 카드사도 애플페이를 도입할 수 있게 됐지만, 아직 참여 의사를 밝힌 카드사는 없다.

애플페이가 국내 공식 출범하면서 카드업계와 간편결제 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실제 애플페이 출시 첫날인 이날 오전 약 17만명의 이용자가 애플페이를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애플페이 출시기념회에 참석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아마 오후에는 등록 고객이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카드 발급량도 증가했다. 현대카드의 지난해 말 체크카드 발급 수는 15만6000장으로 직전 분기 대비 41.82% 급증했다.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도입설이 9월에 나온 점을 고려하면, 이후 카드 발급량이 급증한 것이다. 이 기간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중 카드 발급량이 증가한 곳은 현대카드와 하나카드뿐이다.

아울러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출생)를 중심으로 애플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만큼 애플페이의 잠재 성장률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국내 18~29세 스마트폰 이용자의 52%는 아이폰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삼성전자 갤럭시(39%)를 앞섰다. 30대에서는 삼성 갤럭시가 51%, 아이폰이 43%로 나타났다.

또 리서치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만 20~69세 아이폰 이용자 43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애플페이를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76.9%로 삼성페이 이용률인 50.3%보다 1.5배 높았다. 특히 사용 의사가 있다고 밝힌 응답자 중 절반은 서비스 개시 직후 사용 가능한 현대카드를 통해 애플페이를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래픽=손민균

다만 일각에서는 애플페이가 예상외로 국내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플페이는 삼성페이 등과 달리 MST(마그네틱 보안전송)가 아닌 NFC(근거리무선통신)로 결제하는데, 현재 국내 NFC 단말기 보급률은 10%가 안 된다. 애플페이는 단말기 문제에 있어 일부 가맹점을 우선 적용대상자로 선정해 시범 적용한 뒤 순차 확대한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유명 대기업 프랜차이즈나 대형 매장에 집중된 상황이다. 자영업자 등이 운영하는 일반 매장은 애플페이만을 위해 20만원대의 NFC단말기를 도입하는 것은 비용 부담으로 작용한다.

아울러 카드사에 연 단위로 결제수수료를 부과하는 삼성페이와 달리 애플페이는 수수료를 결제 건당 일정액을 부과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0.15%, 러시아의 경우 0.12%로 알려졌다. 여기에 NFC 결제 규격에 국제표준인 EMV(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 비접촉 결제 기술을 사용하려면 추가로 약 1%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애플페이와의 제휴로 인해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간편결제 서비스의 핵심인 교통카드 기능이 도입되지 않았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애플페이로 교통카드 기능을 쓰려면 대중교통에 설치된 단말기를 애플페이 수용이 가능한 EMV 규격 단말기로 교체해야 한다. 애플은 이를 위해 티머니, 캐시비 등과 제휴 협의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지만, 비용에 대한 타협점을 찾지 못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또 경쟁사인 삼성페이의 경우 카드사, 은행, 증권사 등 46개 금융사와 제휴를 맺고 있지만, 애플페이의 경우 현대카드만 제휴를 맺고 있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애플 제품을 이용하더라도 현대카드가 없는 사용자는 애플페이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80%인 갤럭시도 삼성페이의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은 24%에 불과하다"며 "애플페이는 국내 아이폰 점유율이 크게 올라온 뒤에야 비로소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간편결제 서비스는 이용자 이탈률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라며 "국내 이용자들은 이미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와 카카오로부터 이탈할 적극적인 동기가 없는 한 기존 서비스를 주력 서비스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