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 전경./조선DB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금융회사의 부실을 예방할 수 있는 '금융안정계정' 도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새로운 기금(BTFP·Bank Term Funding Program)을 조성해 SVB 부실이 다른 은행에 전이되지 않도록 유동성을 신속하게 공급했듯 우리나라도 이와 유사한 성격의 금융안정계정을 조속히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 금융 당국의 입장이다. 금융 당국과 예금보험공사는 금융 시장의 불안이 커지면서 금융안정계정을 조속히 도입하기 위해 직접 국회 설득에 나섰다.

금융안정계정은 금융회사의 부실이 발생하기 전 자금지원을 할 수 있는 기금이다. 이 계정이 도입되면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동으로 여러 금융회사들이 유동성 경색 등 일시적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 부실이 발생하기 전이라도 예금보험공사가 유동성 공급 및 자본확충 등 자금을 지원할 수 있게 된다. 금융회사에 대한 사전적・예방적 지원 체계가 상설화되는 것이다.

16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최근 예보는 국회를 방문해 금융안정계정 도입의 당위성과 입법과 관련한 설명을 진행하고 있다. 예보 관계자는 "금융안정계정의 도입을 앞당기기 위해 국회 의원실마다 방문해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라고 했다. 현재 금융안정계정 설치를 골자로 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역시 지난달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금융안정계정 도입을 통해 금융시장 급변 등으로 일시적 어려움에 처한 금융회사에 신속히 자금을 공급해 금융회사 부실을 미리 방지함으로써 금융제도 안정성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개정안 통과에 힘을 실었다.

국회는 금융안정계정의 도입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부 의원은 기존의 예금보호제도를 활용해 금융회사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과 예보는 SVB 파산 사태로 인해 금융안정계정의 도입의 필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SVB 사태 이후 미국 정부가 BTFP를 통해 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의 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한 것처럼 국내에도 금융안정계정이 도입돼야 금융사 한 곳의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리스크가 옮겨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보 관계자는 "SVB 경우처럼 빠르게 금융회사가 파산했을 경우 금융안정계정으로 막기는 어렵다"라며 "문제가 발생한 금융회사를 영업정지한 후 예보가 대신 예금을 지급하는 전통적인 예금보호 방식을 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SVB 사태 이후 BTFP 형태로 다른 은행에 위기가 전이되지 않도록 긴급 유동성을 지원한 것이 금융안정계정의 역할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금융 당국과 예보는 금융안정계정 도입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회에선 아직 법안 통과를 위한 차기 법안소위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현재 금융 불안 상황을 봤을 때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러나 통과 시점에 대해선 국회의 소관이기 때문에 예상할 수 없다"라고 했다.

금융안정계정이 설치되면 지원 대상은 유동성이 경색되거나 재무구조 개선 또는 자본확충이 필요한 부보금융회사가 된다. 부보금융회사는 예보에 예금보험료를 납부하고 보험보장을 받는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기관을 가리킨다. 예보는 부보금융회사가 자금지원을 신청하면 자금 지원 심사 및 금융감독원 협의, 예금보험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자금 지원 여부와 내용을 결정한다.

자금지원을 받는 부보금융회사는 자금지원 신청 시 자금상환계획을 제출하고, 반기별로 그 이행실적을 예보에 제출해야 한다.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조치다. 예보는 자금상환계획 이행실적을 점검해 예금보험위원회 및 금융위에 보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