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가상자산 사업자 등을 상대로 검사에 나서며 불법 행위 적발에 힘쓰고 있으나 신통치 않은 모습이다. 그 이유로는 현행법상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해 조사할 수 있는 범위도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한정돼 있어 위법 행위를 적발하더라도 처벌할 방법이 여의치 않은 탓이다. 또한 그 처벌 수위 역시 해외와 비교했을 때 '솜방망이' 수준이라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당국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FIU는 가상자산 사업자 중 코인마켓거래소 등을 상대로 종합검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FIU는 지닥을 시작으로 20여곳의 코인마켓거래소들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FIU는 이 거래소들을 상대로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 세탁 여부 또는 의심 거래 보고 위반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점검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위법 행위를 발견하더라도 금융당국이 내릴 수 있는 처벌은 현실적으로 과태료에 불과하다. FIU에 주어진 권한은 특금법이 정한 자금 세탁 방지 및 이상 거래 보고에만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처벌 수위 역시 미국과 같은 선도국과 비교했을 때 너무 낮아 실질적으로 처벌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나마 처벌 수위가 높은 형사벌의 경우,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사업을 이어가는 미신고 사업자에만 적용이 가능하기에 가상자산거래소의 경우 과태료 수준으로만 처벌이 가능하다.
부과할 수 있는 과태료마저 상한이 너무 낮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FIU가 내릴 수 있는 과태료의 상한은 1억원으로 돼 있지만 그것도 사실 고의 중과실 여부, 동기 등에 따라 전부 적용되지 않는다. 특히 부당한 이익을 편취하기 위해 이뤄지는 시세 조종과 같은 의심 거래에 대한 상한은 1800만원 정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외와 비교했을 때, 국내 처벌은 매우 약한 수준이다"이라며 "금전 제재 상한이 최대 1억원으로 낮고 이마저도 위반의 정도, 동기에 따라 경감되기 때문에 실효적 제재가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사례를 보면 자금 세탁 방지 의무 위반에 대해 수천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기껏해야 수천만원이다"라며 "자금 세탁행위에 대한 금전적 제재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크라켄, 코인베이스와 같은 대형 거래소를 상대로 미등록 증권 거래 혐의로 제재에 나서고 있다. SEC가 문제 삼은 것은 바로 스테이킹(staking) 서비스다. 스테이킹 서비스는 일종의 은행 예적금과 비슷한 것으로 고객이 가상자산을 일정 기간 예치해두면 그 기간에 따라 보상을 지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SEC는 이러한 사업이 증권법에 저촉된다고 판단하고 크라켄을 상대로 벌금 3000만달러(약 394억원)에 합의한 바 있다. 앞서 SEC는 코인베이스에는 자금 세탁 방지 의무 위반 혐의로 50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또한 FIU가 난색을 보이는 이유로는 불법 행위를 적발해도 마땅히 처벌할 수가 없어 오히려 이 점을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자신들의 홍보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FIU 수사망에 특정 사업자가 걸려도 제재 없이 넘어가게 되면 이 사업자들이 이를 홍보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몇몇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FIU가 자신들을 조사했지만 아무런 제재 없이 넘어갔다'며 오히려 자신들이 투명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며 "그러나 FIU가 처벌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 그런 것이지 그들이 깨끗하단 의미는 절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FIU가 특금법 관련 조사만 하고 있다면 공정거래위원회 등 다른 기관을 활용해 시세 조종, 자전거래 등 가상자산 업계에 만연한 일탈 행위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특히 앞서 설명한 시세 조종, 자전거래의 경우 공정거래법을 적용한다면 모두 해결이 가능하기에 업계 정상화를 위해서라면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 교수는 "엄격히 말하자면 FIU는 정보 보호를 위한 기관인데, 가상자산업계에 대한 모든 단속을 이곳에만 맡기는 것은 무리다"라며 "일부 투기 세력, 거래소들이 대중에 공개되지 않은 정보로 시세 조종을 하는 등의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해선 불공정거래 관련 조항에 따라 공정위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본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