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올해도 은행·보험·상호금융 등 금융권 대출의 고정금리 및 분할상환 비중의 목표치를 상향한다.
당국은 금리 인상이 정점에 달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장기간 고금리에 묶이는 차주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선뜻 고정금리 및 분할상환 대출 비중 목표치를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기 기준금리의 상승이 곧바로 차주의 이자 부담으로 이어지는 현재 가계부채 구조를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더 힘이 실리며 고정금리 및 분할상환 대출 비중 목표치를 높이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감독당국은 올해 보험·상호금융 등 금융업권의 고정금리 및 분할상환 대출 비중 목표치를 전년보다 높이기로 결정했다. 금감원은 매년 4월 행정지도를 통해 금융업권별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목표를 설정해 가계부채 질적 개선을 유도한다.
보험업권의 고정금리 대출 목표비중은 현행 55%에서 60%로 올라갔다.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비중 역시 현행 67.5%에서 72.5%로 인상됐다. 지난해 금감원은 보험업권의 고정금리 및 분할상환 대출 비중 목표치를 각각 2.5%포인트 높이는 데 그쳤으나, 올해는 5%포인트를 상향하기로 결정했다.
상호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중 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 목표비중도 상향됐다. 각 상호금융은 올해 말까지 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 목표비중을 중앙회 단위로 50%로 맞춰야 한다. 이는 지난해 목표 비중이던 45%에 비해 5%포인트 높은 수치다.
은행권의 경우 지난해와 동일하게 고정금리 대출 목표비율은 52.5%,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은 60.0%로 설정됐다. 대신 주택담보대출의 구조 개선을 위해 장기 주담대의 목표비율을 고정금리 대출 71.0%, 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 85.0%로 설정했다. 연말 잔액 기준이다.
금융당국이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높여 장기적으로 부채 구조를 바꾸는 쪽을 택한 데는 최근 금리 인상기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가 과도한 이자장사를 했다는 정부의 인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변동금리 대출이 많을 수록 금리 인상이 곧바로 차주의 이자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가계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비중은 23.6%, 변동금리는 76.4%로 집계됐다. 고정금리와 달리 변동금리는 기준금리 변동에 따라 금융사가 준거금리 및 가산금리 등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금감원은 매해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목표비율을 매해 상향했지만, 올해는 목표치 상향 여부를 결정하기까지 고심을 거듭했다. 기준금리 인상이 거듭되며 금리 수준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최고점을 찍고 내려올 경우 고정금리 주담대는 변동금리 대출에 비해 이자 부담이 클 수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가계부채 질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고정금리 대출이 확대돼야 한다는 방향성은 확실하지만, 금리 상승이 멈출 수 있다는 변수로 인해 고민이 깊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