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은현

보험사가 법인보험대리점(GA)채널을 강화하고 공격적인 시책으로 대면 영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온라인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복잡한 조건과 계약 방식 등 보험업 특성상 고객과 만나 계약을 맺는 대면 판로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게 보험업계의 얘기다.

GA(General Agency)란, 보험 상품을 대행·판매해주는 보험대리점이다. 보험회사가 자체 운영하는 전속설계사 채널은 자사 상품만을 영업·판매하지만, 대면영업을 기반으로 한 비전속판매채널인 GA는 여러 보험사와의 제휴를 통해 다양한 회사의 보험 상품을 취급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사들이 앞다퉈 GA채널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선 삼성생명은 GA조직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소형 GA 인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삼성생명의 자회사형 GA인 삼성생명금융서비스는 지난해 5월 라이나금융서비스와 양도양수 계약을 체결하고 8개 GA지사를 영입한데 이어 소형 GA 다올프리에셋도 인수해 몸집을 키웠다. 지난해 11월에는 400억원대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수혈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도 좋은 기회가 있다면 꾸준히 중소형 GA를 인수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한화생명도 올해 초 피플라이프를 인수해 설계사 규모를 2만5000명까지 확대하는 등 GA채널 전략 강화를 주 목표로 내세우며 GA 시장 점유율 1위 지위를 공고히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흥국생명의 경우 지난해 자회사형 GA 설립을 추진하다가 재정건전성 이슈가 불거지면서 자진 철회했는데, GA 설립 의지는 여전하다. 회사 측은 "GA 설립에 관한 구체적인 시기는 미정이다"라고 말했다. 리치앤코는 전국 14곳에 고객 대면 채널 굿리치 라운지를 확대했다.

보험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험사의 자체 판매채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보니 GA채널 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과제가 된 것이다. 물론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해 최적의 선택을 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요구도 커지면서 GA채널 영향력도 세졌다.

그래픽=편집부

전속 설계사 조직이 고비용이라는 점도 보험업계가 GA채널을 강화해온 주된 요인이기도 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GA채널 활용이 전속설계사 채널 운영에 비해 채산성이 높다"면서 "전속설계사 조직을 운영하면 리크루팅과 초기정착, 교육수당 등으로 고정비용이 많은 반면, GA채널은 이런 고정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의 자회사형 GA 설립도 늘고 있다. 지난해 1월 동양생명은 TM채널을 분사해서 판매자회사(마이엔젤금융서비스)를 설립했고, 푸르덴셜생명은 그해 6월 판매전문회사 KB라이프파트너스를 세웠다. 지난 2021년 생명보험업계에서는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이, 손해보험업계에서는 현대해상(지방거점 판매자 회사)과 하나손해보험(디지털판매자회사)이 GA시장에 진출했다. 전속조직과 외부판매조직을 병행 운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전속조직을 분리 운영하는 형태로 진화한 것이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개별 GA들의 인수합병(M&A)과 GA의 대형화・집중화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험 상품 판매 영업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보험사들의 '시책 경쟁'도 뜨겁다. 시책은 보험설계사가 보험모집에 따라 받는 모집수수료 외에 추가로 받는 판매 특별 수당이다. 현금과 경품, 여행 등으로 지급되는데, 설계사의 영업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촉매 기능을 한다.

시책 과당 경쟁 문제와 보험상품 불완전판매 문제 등이 불거지자, 이를 막기 위해 보험업 감독규정을 통해 보험 계약 첫 1년간 보험사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가 월 납입 보험료의 12배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1200%룰'이 생겼는데, 이를 우회하는 편법도 많이 쓴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보험사가 제시하는 GA 시책은 대리점(GA)을 통해 GA 소속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구조다. GA 설계사들은 아무래도 수수료율이 높거나 보너스를 주는 회사 상품을 앞세우게 되는 경향이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GA에 소속된 설계사 인력은 2021년 말 기준 24만명으로, 설계사 인력의 58.2%를 차지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교보생명은 종신보험 상품 판매에 대한 '월초 보험료 최대 600%' GA 시책을 제시했다. 앞서 농협생명도 종신보험 상품을 선납 조건으로 계약하면 설계사에게 현금 시책을 지급했다. 메리츠화재도 지난달 초 최대 750% 추가 시책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1200%룰 적용 대상이 보험사와 보험사 전속 설계사로, GA가 소속 설계사에게 직접 수수료와 시책을 지급하면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등 사실상 여러 우회로가 있다 보니, 판매 실적을 늘리려는 회사 입장에서는 GA시책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