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300억원 이상을 가진 고액자산가들이 해외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하늘길이 막혔을 때도, 세계 자산가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수요는 막지 못했다. 국내 자산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미국 등 선진국 주택 시장이 더욱 그랬다.
최근 조선비즈와 만난 부동산 개발 컨설팅 회사 로완 유현선(사진) 대표(부동산학 박사)는 "미국 주택 시장의 경우 저금리, 주택 공급 지연·부족, 인플레이션 등이 맞물리면서 매물이 품귀 현상을 보였다"면서 "괜찮은 주택은 시장에 나오는 동시에 매각돼 매수 기회를 잡는 게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입국이 어려워 매물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과 달아오른 매수 심리를 악용해, 현지에서 오랫동안 소화되지 못했던 소위 악성 미분양 물건을 국내 자산가들에게 과장해 중개해 매각해버리는 업자도 있었다"고 했다.
유 대표에게 투자 자문을 받는 고객들은 자산 규모 200억~300억원대 이상으로, 개인 투자자도 있지만, 법인 고객이 더 많다. 우리나라 자산가들이 해외 부동산에 눈을 돌린 데는 부동산·세금 규제가 강화하는 영향이 크다. 꿈꾸던 집과 환경을 누리려는 심리도 주요 투자 요인이지만 자산 배분과 상속, 증여, 수익률 등 셈법에 따른 결정이라는 게 그의 얘기다.
세계적인 금리 인상 속 경기 침체 우려도 큰 때인 만큼, 자산가들도 시장을 지켜보겠다는 심리가 커졌다. 이와 동시에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자산가들은 원하는 나라와 도시의 좋은 매물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 유 대표는 "지금은 세계적인 시장 흐름을 탐구하면서, 금리 하강을 확인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기다"라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우리나라는 아직도 자산가들이 상가·오피스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비대면근무가 확산되면서 세계 부동산 투자 시장에서는 오피스에 대한 선호도가 뒤로 밀려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 자동화 등이 핵심인 디지털경제 시대가 국내외 부동산 시장과 연계돼 일으킬 투자 트렌드 변화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유 대표는 연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글로벌 부동산 석사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 부동산개발 석사를 거쳐 건국대 부동산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SK건설과 SK D&D에서 근무했고 미국 유학 후 베트남과 중국에서 부동산 개발 실무 경험을 쌓았으며, 영국왕립감정평가사협회 회원이다. 다음은 유 대표와 한 일문일답.
一 국내 자산가들이 해외 부동산 시장에 관심 갖는 이유는.
"냉정하게 얘기하면 자산규모가 200억~300억원 이상 개인 투자자는 국내의 상속세, 증여세 등 부담에 대한 대안으로 접근하는 면이 크다. 우리나라의 다주택자 과세 중과, 보유세·상속세·증여세 등이 강화하면서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다. 물론 임대 수익,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투자와 배분 목적도 당연히 있다.
100억원 이하 자산가들은 주로 주택 수요 즉, 거주 목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더 많다. 경영 활동이나 자녀의 유학 생활, 본인의 취미·여가 활동 등이 해외 주택 투자의 주요 기준이다. 한 고객은 골프장 조망이 가능한 집을 찾았다. 골프를 즐기는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골프장 페어웨이를 자신의 정원처럼 누릴 수 있는 '골프장 페어웨이 단독주택', 고급형 골프 빌리지를 선호하는 자산가들도 제법 있다."
一 해외 부동산 투자 시 세금도 만만치 않다고 하던데.
"자산가들은 아무래도 증여, 상속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해외부동산이 국내 증여, 상속세 등의 부담을 헷지(Hedge·위험 회피)할 수 있는 면이 있다. 우선 해외에 있는 주택은 세법상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취득세, 종합부동산세가 없다. 미국 세법에서 보유세 항목은 재산세뿐인데, 지방세로 우리나라의 종부세처럼 국세는 없다. 미국 부동산을 보유하면 취득가액 또는 취득시점의 감정가액에 재산세율을 곱해 산정하는 '재산세(Property Tax)'를 내긴 하는데, 재산세는 오르더라도 아주 소폭 오른다.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도 대체로 우리나라 과세 부담보다 훨씬 적다."
一 요즘 국내 자산가들은 어느 나라 어떤 부동산 유형을 선호하나.
"국내 투자자들의 수요(니즈)가 가장 큰 곳은 미국 LA와 뉴욕 같은 대도시다. 국내 자산가들이 여전히 '서울 강남'을 선호하듯 부동의 1위다. 자녀 교육이나 직업상의 이유, 연고 등 특별한 사유가 없고,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이 한정적인 상황이라면 미국을 가장 우선으로 고려한다. 세계적으로 경기와 정세가 불안할수록 보편 타당하고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처로서 미국 부동산에 대한 매력이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
그다음은 개인 투자 목적 등에 따라 동남아시아 지역을 선호한다. 투자금액 대비 누릴 수 있는 거주 환경과 물가, 삶의 질, 국제학교의 커리큘럼, 따뜻한 기후 등 여러 이유가 있는데, 투자자의 연령과 가족 구성, 소득 수준 등에 따라 선택도 다양한 편이다."
一 세계적인 금리 인상으로 투자 심리도 얼어붙고 부동산 경기도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 해외 부동산 투자 적기는 언제인가.
"통화정책의 전환(pivot, 피봇)을 확인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자산가들도 작년까지 주저하며 내놓지 않았던 물건을 매물로 내놓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오래가면서 미국의 긴축 정책이 장기화하면 부동산 경기 침체도 길어질 수 있다 보니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일부 자산을 매각 정리해야겠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 때는 국내 자산가들이 해외 부동산을 사고 싶어도 물리적 여건과 매수 경쟁에서 밀려 거래가 쉽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회'가 오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환율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시기다. 어느 나라의 어떤 물건을 매입할지 정보를 모아 탐색하면서 금리 하강을 확인할 때 빠르게 의사 결정하기를 권한다."
一 해외 부동산 투자 절차는.
"사전 준비와 정보 수집 등 첫 단추가 사실 가장 중요하다. 거시적으로 투자를 희망하는 국가와 도시를 선정한 뒤 투자할 부동산 유형(주택의 경우 콘도미니엄, 단독주택 등), 규모를 결정해 필요 자금을 확인해야 한다. 해당 국가의 경제 성장률 등 거시 경제 지표와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세금 및 규제 정책도 조사해야 한다.
해외 부동산 처분 시 은행 거래·세무 절차도 주의해 진행해야 한다. 내국인이 2년 미만의 거주 목적으로 해외 부동산을 매입하려는 경우 한국은행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2년 이상 주거 목적이나 주거 이외의 목적으로 매입하는 경우 부동산 매매계약 체결 후 국내 거래 은행에 해외 부동산 취득 신고를 해야 한다.
계약금은 외국환 거래은행에 가서 해외 부동산 취득 신고를 통해 송금하는 게 원칙이다. 다만 해외 부동산 취득 신고 이전에 미화 1만달러 범위 내에서는 사전 지급한 경우 계약 성립일로부터 1년 이내에 외국환 거래은행에 사후 신고가 가능하다. 해외 부동산을 취득하는 단계에서는 국내에 납부할 세금은 없다. 다만 부동산 취득자금을 증여받는 경우에는 일정 금액 초과 시 증여세를 내야 한다.
해외 주거용 주택을 취득하고 실제 거주해 임대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 세무서에 신고할 세금은 없다. 다만 국내 거주자가 해외 부동산을 신규 취득, 보유한 경우 종합부동산세 확정 신고 시 해외 부동산 취득 및 투자 운용 명세서를 제출해야 한다. 해외 소재 주택의 임대소득은 국내 주택 수와 관계없이 모두 과세 대상이 된다. 해외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명의를 변경하는 경우 3개월 이내 처분 보고서를 지정거래 외국환은행에 제출해야 한다.
국내 은행 조차도 지점마다 해외 부동산 대금 이체 절차 업무 능력에 대한 편차가 있는 것 같다. 고객 중 한 분은 거주지역 은행영업 지점 창구에서 1만달러 남짓의 해외 부동산 분양 계약금 송금을 진행했는데, 해당 직원의 실수로 불법으로 간주된 일도 있었다."
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해외 부동산 투자 트렌드는 어떤 변화가 있나.
"코로나라는 예상치 못한 충격을 겪으면서, 거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더 강화됐다. 자산가들 사이에서도 주택, 리조트·콘도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주택도 의료시설 등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 넓은 주거 공간에 대한 선호가 커졌다. 대도시 좁은 집보다 교외의 넓은 집을 선택하는 등 코로나 이후 집이 단순히 주거뿐만 아니라 근무·학습, 취미, 여가 등을 할 수 있는 복합 공간으로서의 기능도 중요한 요소가 됐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재택근무, 원격 근무로 인해 오피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충격이 컸는데 세계적인 부동산 투자 트렌드도 산업용 >주거 >호텔 > 리테일 >오피스 순으로 순위 변동이 생겼다. 과거에는 여러 부동산 섹터 중에서 오피스가 수익률 기준 전망이 3~4위 정도로 기대되는 투자처였다면 코로나 대유행 이후 투자 전망이 바뀌면서 투자 선호도도 변동이 생겼다. 금융기관과 기업 등 거대 자본은 이미 오피스·물류센터보다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로 옮겨갔다."
一 최근 중국인들이 해외 이민과 투자 목적 등으로 태국을 택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었다. 베트남, 태국 부동산 시장 투자 가치 면에서 어떤 매력이 있나.
"우선, 그동안 중국인 자산가들이 선호해온 국가의 투자 문턱이 다소 높아진 영향도 있다. 최근까지 중국인들이 선호해온 캐나다 부동산의 경우 외국인 투자가 과열되자 정책적으로 외국인에 대한 조세 부담을 올렸고 호주도 부동산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
베트남과 태국은 외국인 투자 유치에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는 나라다. 중국인은 해외 부동산을 택할 때 공기의 질과 자연환경, 국제학교 등을 중시하고, 화교 구성 등도 많이 고려한다. 개인적으로 인구 구성과 산업 구조, 정치적 안정성 등의 면에서 태국보다 베트남 부동산의 투자 매력이 더 크다고 판단한다.
세계 부동산 시장에서 읽히는 큰 흐름은 중국 부호나 중산층들이 보유 자금과 자산을 자국 밖 즉 해외로 반출하고 싶어하는 니즈가 크다는 것이다. 중국인의 부동산 개발 및 투자 스케일은 남다르다. 우리나라 자산가들 중에서도 다섯~열채씩 사는 경우가 있긴 한데, 중국인은 한사람이 그냥 한 건물의 한줄을 다 사버린다."
一 해외 부동산 투자를 고려하는 자산가들에게 조언하자면.
"부동산이라는 특성상 지역성이 매우 강하다 보니 해외 부동산도 현지 중개업자, 에이전트를 등 지역 전문가와 협업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부자들은 친한 지인의 권유로 투자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투자를 맡기려는 경향도 큰데, 이를 노리고 악의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좋은 물건을 제안받았다 하더라도, 반드시 투자자가 스스로 확인해야 하며, 반드시 전문성 있고 현지 네트워크를 갖춘 전문가의 검토와 동의를 받은 다음 투자해야 한다. 입지 분석, 매물 상태, 투자 가치, 계약 조건 등에 대한 정보도 한글로 번역된 문서가 아닌 현지 서류 등 원본 데이터를 확인해야 한다. 해외의 경우 매매계약서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복잡하기 때문에 잘 살펴보고 계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