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 본사. /하나금융그룹 제공

금융 당국의 이사회 독립성 강화 주문에도 하나금융지주(086790)와 하나은행이 올해 사외이사를 대부분 유임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 이사회는 최근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임기가 만료되는 김태영, 이명섭, 최현자 사외이사를 재선임했다. 이 사외이사들은 모두 임추위 소속이다. 이들은 서로를 사외이사 적임자로 추천하고, 재적 인원 3명 중 당사자를 제외한 나머지 2명이 찬성을 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연임을 결정했다.

김태영·이명섭 사외이사는 2019년 선임돼 이번 셀프 연임으로 5년 동안 자리를 지켰다. 최현자 이사는 2021년부터 사외이사직을 맡아 올해 한 차례 임기를 연장하게 됐다. 이들 3명은 사외이사 역량 평가의 모든 항목에서 최고 점수인 '매우 우수'를 받았다.

하나금융은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8명 중 2명을 교체했다. 백태승 이사회 의장은 연령 제한(만 70세)으로 물러났고, 2021년 취임한 권숙교 이사만 유일하게 2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결국 하나금융 이사회는 자의로 1명의 사외이사만 교체한 것이다. 하나금융은 이들을 대신해 원숙연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와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를 추천했다.

하나금융은 김정태 전 회장이 4연임(10년)으로 장기 집권하면서 금융지주사 중 유독 사외이사 교체율이 낮은 편이다. 김홍진·양동훈 이사는 2018년 3월에 선임돼 이번 연임으로 임기 6년을 모두 채우게 됐다. 이정원·박동문 이사는 각각 2019년 3월, 2021년 3월 선임됐다.

하나금융의 이런 행보는 KB금융(105560)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316140)와 비교된다. KB금융은 이번에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6명 중 3명을 교체했다. 전체 사외이사 7명 가운데 여성이 3명이다.

신한금융은 사외이사진을 기존 12명에서 9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신한금융은 당분간 사외이사 9명 체제를 유지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사외이사진을 기존 7명에서 6명으로 줄이고,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4명 중 2명을 교체했다.

금융지주들의 사외이사진 축소와 물갈이는 이사회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는 금융 당국의 주문에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은 대표적 '주인 없는 회사'로 꼽히는 은행계 지주사에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주문해왔다. 금융당국은 해마다 1회 이상 금융사 및 은행 이사회와 면담을 하고 이사회 구성 적정성과 경영진 감시 기능 작동 여부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금융지주들이 모두 이사회 변화를 꾀하는데, 하나금융만 변화보다 안정을 택한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회장 선출 및 연임을 결정하는 권한을 쥐고 있기 때문에 교체하기 쉽지 않다"며 "임기를 채우고 물러나거나 일신상의 이유로 본인이 퇴임하지 않는 한 6년 임기를 보장해주는 것이 관행처럼 굳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