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한국투자증권과 미국 종합금융회사가 합작 설립한 여신전문금융사에 지분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현지에서 인수금융 및 사모대출 사업을 하는 기업에 투자해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서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우리은행은 이번 투자가 성사되면 글로벌 IB로서의 역량을 높일 수 있게 되며 장기적으로 정부가 요구하는 비이자이익 확대의 토대를 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미국의 여신전문금융사인 'SF 크레딧 파트너스(SF Credit Partners)'에 지분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과 한국투자증권이 실무선에서 세부적인 투자 내용을 조율하고 있는 단계로 확인됐다.
우리은행은 이번 투자와 관련해 지난해 말 이사회 보고까지 마쳤다. 우리은행은 당시 이사회에 "글로벌 IB 금융 노하우 습득과 시장참여 기회 확대를 위한 투자다"라고 배경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SF 크레딧 파트너스는 한국투자증권이 미국의 종합금융회사 스티펄 파이낸셜(Stifel Financial Corp)과 설립한 합작사다. 인수금융과 사모대출을 전문으로 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이 회사 주식 75.1%를 가진 주주로, 총 1억5000만달러(약 2200억원)를 투자했다. SF 크레딧 파트너스는 글로벌 대형 은행의 참여가 제한적인 미들마켓(중견기업 대상 시장) 대출 시장을 중심으로 딜 소싱(투자처 발굴)과 상품개발 역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한국투자증권이 가진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형태로 이 회사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이 SF 크레딧 파트너스 투자를 검토하는 것은 글로벌 IB 역량 강화라는 목적이 있다. 우리은행을 포함한 국내 시중은행은 IB보다는 상업은행(CB)으로서의 역할에 치중한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은행 안팎에서 "이자 장사로 과도한 수익을 얻고 있다"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비이자이익을 확대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는 우리은행으로서는 글로벌 IB 역할 확대가 이자이익의 의존도를 줄이는 하나의 선택지이자 필수적인 해결책이 된 것이다. 우리은행은 이번 투자로 글로벌 IB로서의 역량을 쌓고, 미국 시장으로 진출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이 한국투자증권의 합작사를 선택한 것은 투자의 안정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창립 100여년이 넘은 미국 종합금융회사와 합작사를 세워 IB 자문, 자산관리 등에 역량을 집중하는 만큼 우리은행은 자체적으로 미국 IB 시장에 진출하는 것보다 안정적으로 사업 역량을 키울 수 있다. 스티펄 파이낸셜은 1890년에 설립돼 올해로 창립 132년을 맞이했으며 증권사와 은행, 자산운용사 등 여러 금융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미국 현지 내 인수금융 참여 기회 확보 및 선진금융 노하우 습득 등을 목적으로 한 전략적 목적 출자를 검토하게 됐다"며 "다만 현재까지 주요 출자조건을 한국투자증권과 협의 중으로 실질 출자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 역시 "실무자 선에서 현재 조율 중인 상황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