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커머스 플랫폼 '보고(VOGO)'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보고플레이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보고플레이는 삼성전자(005930) 사내벤처로 시작한 쇼핑 플랫폼이다. 최저가 전략으로 3년 새 4배가량 성장했으나, 적자가 누적되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보고플레이는 전날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보고플레이는 지난 1월 19일 채권단 간담회를 열고 자체 회생계획을 발표했으나,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보고플레이는 극심한 자금난에 빠져 운영이 일시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435억원이던 부채는 11월 486억원에 이어 현재 526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보고의 누적 회원 수는 100만명을 넘어섰지만, 지난 한달간 상품 판매 매출은 154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기간 지출은 238억원이 발생했다. 소비자들이 쌓아 놓은 현금성 적립금 12억원도 사용이 막혔다.
보고플레이 입점 업체 615곳이 받지 못한 물품 대금은 336억원으로 1억원 이상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업체도 77곳에 달했다.
보고플레이는 지난 1월 19일 간담회를 열어 투자금을 추가로 유치하고 판매 수수료 인상, 인원 감축 등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입점 업체와 고객들은 매달 늘어나는 적자로 단기간에 경영난이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보고플레이의 자체 회생계획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보고플레이의 경영난은 초저가 전략에 따른 출혈 경쟁의 결과다. 보고플레이는 최대한 많은 입점업체와 소비자 유치를 위해 수수료를 낮추고 마케팅에 비용을 쏟아붓는 방식을 택했다. 판매가의 일부를 돌려주는 '페이백'과 할인쿠폰 등을 제공했는데 매달 프로모션 비용으로 170억원을 지출했다. 미국의 급속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로 투자가 막히자 결국 입점 업체에 줘야 할 판매대금을 영업활동에 사용하는 '돌려막기'가 이어졌다. 최근 각 카드사별로 보고플레이 관련 결제취소 민원이 하루 평균 40건 이상 접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는 고객과 판매자가 라이브 영상으로 실시간 소통하고 제품까지 살 수 있는 쇼핑 플랫폼이다. 삼성전자 출신 류승태 대표가 설립한 회사다. 2019년 10월 삼성전자 사내벤처 C-LAB으로 시작해 다음 해 독립법인으로 출범했다. 최저가 공유 커뮤니티에서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인기 제품의 각종 '핫딜' 행사로 화제가 됐다. 창립 당시 500억원이던 보고플레이의 거래액은 지난해 2300억원을 기록하며 3년 새 4배 성장했다. 성장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5월 포스코기술투자, 기업은행(024110), SK증권(001510) 등으로부터 11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는 등 총 150억원을 투자받았다.
업계에서는 보고플레이 운영 중단을 두고 '제2의 머지사태'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머지사태는 머지플러스가 운영하던 플랫폼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구매하면 구매 금액의 20%를 더 얹어주는 파격적 정책으로 누적 100만명의 회원을 모았다. 그러다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착수하자 2021년 돌연 서비스 중단을 선언하며 대규모 환불 사태를 일으켰다. 전자금융업 등록을 하지 않고 영업을 한 것이 문제였다. 머지사태가 벌어진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고객들 대부분이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