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금융 당국이 최근 증권 성격을 지닌 토큰 증권(STO)을 증권사가 발행 및 관리할 수 있도록 지침을 내리면서 증권사들이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섰다. 특히 부동산, 미술품 조각 투자 등이 허용되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6일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정무위원회·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등은 토큰 증권(STO)을 주제로 제6차 민당정 간담회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토큰 증권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토큰 형태로 발행된 증권을 의미한다. 토큰 증권은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가상화폐와 다르게 주식과 비슷하므로 자본시장법 규제를 받게 된다. 앞서 금융당국은 부동산, 미술품, 주식, 채권 등 다양한 자산을 분할 소유하는 방법을 토큰 증권의 예시로 든 바 있다.

정부 및 금융당국이 토큰 증권 제도권 편입 방안에 대해 속도를 내면서 증권사들 역시 이에 발맞춰 준비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대다수 증권사는 협의체를 구성하거나 부서를 신설하는 등 토큰 증권 관련 사업 도입에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계좌관리기관, 발행업, 장외중개업, 장내시장 중개 등 토큰 증권에 활용될 수 있는 부서들을 우선순위를 정해 준비 중에 있다. 아직 토큰 증권 관련 법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장애물이 있으나, 법규가 완비되기 전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가 주최한 제6차 민당정 간담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뉴스1

KB증권 역시 토큰 증권의 발행 및 유통을 위해 사업 환경을 조성 중이다. KB증권은 퀀트 기반 핀테크 기업 웨이브릿지, 디지털 증권 거래 플랫폼 ADDX 등과 현재 협업 중에 있다. KB증권은 이들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시험적으로 STO 관련 업무를 운영하고 있으며, 토큰 증권의 유통을 위한 거래 시스템도 준비 중에 있다고 했다.

협의체를 구성해 토큰 증권 발행을 준비하는 증권사들도 있다. 신한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대표적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달 6일 ‘STO 얼라이언스’를 통해 토큰 증권 시장 확대에 나서겠다고 했다. NH투자증권 역시 지난달 20일 ‘STO 비전그룹’을 구성하고 증권, 조각 투자, 블록체인 등 다양한 업계를 모아 토큰 증권 생태계 구축에 나서겠다고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토큰 증권 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앞서 금융위는 토큰 증권 정식 제도화 이전에 필요하다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진입 장벽을 낮출 방침을 밝혔으나, 업계에서는 샌드박스 외에도 시장 발전을 위해선 충분한 유동성이 공급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석우영 KB증권 부장은 “토큰 증권 활성화를 위해선 좋은 상품이 많이 발행돼야 한다”며 “만일 유동성이 충족되지 않거나, 일정 수준의 가격 변동성이 없다면 전체 시장의 매력은 제한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업자 및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고 편의성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유통과 관련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큰 증권이 새로 도입되는 분야인 만큼 별도의 특례 심사 방식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상영 삼성증권 담당은 “심사 결과를 상세하게 공유하는 방안을 통해 준수해야 할 요건들을 미리 확인 및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자산의 특성 등 차이점에 집중해서 심사하는 등 간소화 방식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이런 업계의 제안에 앞으로 논의를 통해 반영할 부분은 반영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토큰 증권 시장 활성화를 위해 올해 상반기 내로 법안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당국은 과도한 제도 완화는 규제 차익을 불러일으켜 투기 조장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신중하게 접근할 방침이라고 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앞으로 형성될 토큰 증권 시장이 건실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사업자, 발행자들이 노력을 기울여주길 기대한다”며 “금융당국 및 정부도 최선을 다할 테니 (증권업계도) 논의에 적극 참여하여 공백이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토큰 증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한 것. 실물자산이 없는 가상화폐와 달리 부동산, 미술품, 음악 저작권 등 유·무형의 실물 자산과 연계돼 있다. 토큰 증권을 발행·유통하는 것을 STO(Security Token Offering) 사업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