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이 최근 벤처캐피털(VC)사인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를 마무리하고 비은행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3월 말 임종룡 회장의 취임과 함께 증권사 인수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일 우리금융 관계자에 따르면 임 내정자는 오는 24일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임기 3년의 회장직에 취임한다. 그는 취임에 앞서 사외이사와 계열사 사장단, 임원 인사 등을 포함한 내부 조직 개편을 마무리한 후 증권사 인수에 집중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사 인수는 우리금융의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KB국민과 신한, 하나, NH농협 등 경쟁 금융지주사와 달리 우리금융은 비은행 사업 부문의 핵심으로 꼽히는 증권사를 두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금리 하락기 등 은행의 수익이 줄어드는 시기에 대응할 수 있는 수익 구조를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 유안타·SK·이베스트투자증권 거론
현재 금융 시장에서 우리금융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매물로 거론되는 회사는 유안타증권이다. 시가총액이 5500억원대 수준으로 인수하기에 적절한 규모인 데다, 우리금융이 내건 인수 조건에도 가장 부합한 회사라는 이유에서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8일 진행한 컨퍼런스콜을 통해 가장 원하는 증권사의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전상욱 우리금융 미래성장총괄 사장은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 등에서 시너지를 내기에 유리하도록 리테일(소매) 영업에 강점을 가진 회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유안타증권은 전신인 동양종금증권 시절부터 국내 대표적인 '리테일 강자'로 꼽혔다. 동양종금증권은 종금형 CMA(종합자산관리계좌) 등 주력 상품을 앞세워 소매 영업과 개인 자산관리 서비스 등에서 경쟁력을 키웠다. 한때 160여곳에 달했던 지점 수는 현재 50여곳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실적에서 위탁영업의 비중이 40%를 넘어서는 등 여전히 소매 영업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우리금융은 유안타증권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양측은 모두 인수 추진 사실에 대해 부인했지만, 금융 시장에서는 우리금융이 꾸준히 인수 의향을 타진해 왔을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유안타증권은 지난해 말 공시한 바와 같이 매각을 추진한 바가 없고 매각할 의사도 전혀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SK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도 우리금융이 관심을 가질 매물이라는 의견도 있다. 두 회사 모두 사모펀드(PEF)가 소유하고 있어 결국에는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SK증권은 지난 2018년 사모펀드 J&W파트너스가 인수했고, 이베스트투자증권은 2008년부터 G&A 사모펀드가 소유하고 있다.
실제로 이베스트투자증권의 경우 지난 2017년 사업다각화를 노리던 OK금융그룹이 인수를 추진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본계약 체결을 못 해 매각이 불발되기도 했다.
다만, SK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투자은행(IB) 사업의 비중이 높아 소매 영업을 강화를 통한 시너지를 원하는 우리금융의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 많다.
◇ 거세진 '은행 이자 장사' 비판에 증권사 인수 절실
특히 최근 정부와 금융 당국은 은행의 과점 구조와 과도한 수익 창출에 대해 비판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은행은 공공재"라고 발언하며 은행의 이자 장사에 날을 세웠고, 금융 당국 역시 은행의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 지나치게 높다며 금융 산업의 구조를 바꾸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융지주사들도 지금껏 해오던 은행 중심의 사업을 계속해서는 실적 부진을 피하기 어려워진 상황에 놓이게 됐다. 임 내정자가 취임과 동시에 증권사 인수를 최대한 서두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임 내정자는 NH농협금융지 회장으로 일했던 2014년에 증권사를 인수해 NH투자증권으로 탄생시킨 경험이 있다. 공교롭게도 당시 그가 인수를 지휘했던 회사가 우리금융 소속이었던 우리투자증권이었다.
금융 시장 관계자는 "오랜 기간 경제 관료로 일하면서 금융위원장 등 요직을 거쳤던 임 내정자는 회장 선임 직후부터 줄곧 관치 논란을 겪어 왔다"며 "그가 조기에 증권사 인수를 성공시킬 경우 회사 안팎에서 제기되는 비판을 조기에 불식시키고 스스로 리더십을 증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