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사옥 전경. /각 사 제공

금융권이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삼중고(三重苦)에 시달리고 있다. 우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사외이사 교체 시기를 맞은 가운데 연일 거세지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이른바 '돈 잔치' 압박이다. 또 주주 환원 정책 강화 등 행동주의 펀드의 압박에 더해 노동조합의 주주제안도 이어지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요 금융지주 사외이사가 최대 70% 물갈이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신한금융은 1명 사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와 BNK·DGB·JB 등 지방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총 58명 가운데 41명(약 70.68%)이 교체 대상이었다. 이 중 5대 금융지주만 보면 4명 중 3명꼴로 임기가 끝난다.

통상적으로 금융권에선 사외이사의 임기가 끝나도 상법상 최장 6년까지는 대부분 재선임해왔다. 그러나 최근 당국이 이사회의 책임을 강조하는 등 사외이사 제도 개편에 나서면서 사외이사 구성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금융권 안팎에서 나왔다. 특히 기존 최고경영자(CEO)가 용퇴를 결정하고 새 수장을 맞은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의 경우 사외이사 교체 가능성이 더 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사외이사들이 CEO의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당국의 지적이다"라며 "그 원인으로 기본 2년의 임기에 1년씩 연장되는 구조와 CEO와의 친소 관계 등이 꼽힌 만큼 새로 선임될 사외이사들은 현 정부의 경제 분야 핵심 인사들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이사회 의장부터 실무 직원까지 각각 정기 면담을 실시하기로 했다. 대면 지도 방식으로 금융사 이사회 운영을 관리·감독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6일 금감원은 올해 업무계획으로 금융사 지배구조 관리체계 강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각 금융사 CEO 등 내부 임원들의 입김에서 자유롭게 이사회가 운영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이 금융사 지배구조와 그 운영 행태를 상시로 감독하겠다고 나선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일러스트=이은현

주요 금융그룹을 대상으로 주주가치 제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얼라인파트너스(얼라인) 등 행동주의 펀드도 관건이다. 대표적으로 JB금융은 이달 주총에서 얼라인과 표 대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대 주주(지분 14.04% 보유)인 얼라인이 주주 서한을 통해 요구한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앞서 얼라인은 JB금융이 발표한 주주 환원 정책이 기대에 못 미친다며 두 차례에 걸쳐 공개 주주 서한을 발송했다. 지난달 10일에는 주당 900원 결산배당을, 14일에는 김기석 전 호주뉴질랜드은행(ANZ) 서울지점장을 사외이사로 추가 선임하는 안건이었다. 얼라인이 실제 주주제안에 나선 것은 주주 서한을 발송한 7곳의 금융지주 가운데 JB금융이 유일하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도 이번 주총에서 주주 행동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KB금융 노조는 지난달 9일 이사회에 임경종 전 수은인니금융 대표이사를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내용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 주주 제안서를 제출했다. KB금융 노조는 지난 2017년부터 주주제안 사외이사 도입을 추진해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 정부와 당국이 금융권 지배구조에 대한 큰 관심을 두고 있어 회장 교체에 이어 사외이사들도 대규모 물갈이가 될 전망이지만, 노조와 사모펀드 등 주주행동이 먹힐지는 미지수다"라면서 "이외에도 이번 주총서 배당 규모 등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도 관전 포인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