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가 현대카드와 손잡고 국내 상륙을 준비하면서 간편결제 시장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삼성페이가 네이버페이와 동맹을 맺고 카카오페이는 해외 간편결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카드업계 역시 애플페이 출시를 대비해 오픈페이에 참여하고 있다.
2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는 지난 20일 결제와 웰렛 부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삼성페이 이용자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네이버페이 온라인 주문형 가맹점에서 온라인 결제를 할 수 있다. 또 네이버페이 이용자는 삼성페이로 결제가 가능한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스마트폰을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 단말기에 갖다 대면 물건을 살 수 있게 됐다.
간편결제 시장에서 오프라인 부문 1위인 삼성페이와 온라인 부문 1위인 네이버페이의 협약은 애플페이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양측은 애플과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국내 출시를 공식화한 지 약 2주 만에 업무협약을 발표했다.
카카오페이 역시 대응전략을 고민 중이다. 카카오페이는 국내에서 카카오 지도 서비스를 활용해 내 주변에서 활용 가능한 멤버십과 혜택을 한눈에 제공하는 ‘내 주변 서비스’를 강화 중이다. 특히 카카오페이는 해외 결제 서비스 확대를 위해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결제망을 먼저 선점해 시장 우위를 확보하겠단 전략이다. 현재 카카오페이는 일본, 마카오, 싱가포르, 중국 일부 지역에 이어 프랑스 유명 백화점까지 결제를 지원하고 있다. 앞서 카카오페이는 일본 내 알리페이의 ‘알리페이플러스(Alipay+)’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카카오페이 간편결제가 가능하게끔 알리페이 운영사인 중국 앤트그룹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카드업계 역시 애플페이 출시를 앞두고 대비 중이다. 대표적인 게 오픈페이다. 오픈페이는 한 카드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다른 카드사의 카드를 연동해 쓸 수 있는 서비스다. 지난해 신한‧KB국민‧하나카드가 공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고 지난 19일 롯데카드도 오픈페이를 출시했다. BC카드는 3월, 우리카드는 6월 중 서비스를 개시하고 NH농협카드는 하반기부터 서비스 제공한다고 밝혔다. 삼성카드 역시 오픈페이 진출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관련 업계가 분주해진 이유는 최근 애플페이 국내 도입이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애플과 현대카드는 롯데리아·KFC·빽다방·할리스·파리바게뜨 등 우선 적용대상자를 선정해 애플페이 결제 관련 테스트를 마쳤다. 애플페이는 삼성페이 등과 달리 MST가 아닌 근거리무선통신(NFC)으로 결제하는데, 현재 국내 NFC 단말기 보급률은 10%가 안 된다. 애플페이는 단말기 문제에 있어 일부 가맹점을 우선 적용대상자로 선정해 시범 적용한 뒤 순차 확대하기로 했다.
간편결제 시장 규모는 해마다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1일 간편결제서비스 평균 거래 금액은 2020년 4009억원, 2021년 5590억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약 7232억원으로 증가했다.
미래 세대인 10~20대를 중심으로 애플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만큼 애플페이가 잠재 성장률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7월 발표한 스마트폰 사용률 관련 자료에 따르면 국내 18~29세의 갤럭시 사용률은 44%, 아이폰 사용률은 52%로 나타났다.
다만 애플페이가 예상외로 국내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국내 NFC 단말기 보급률이 저조하며 단말기 구매비용 역시 20만원대다. 여기에 카드사에 연 단위로 결제 수수료를 부과하는 삼성페이와 달리 애플페이는 소비자 사용 금액의 0.1~0.15% 수수료를 건당 부과하는 방식이라 카드사의 수익성이 떨어진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 도입 초반 시장의 관심은 쏠릴 수 있지만, 국내 NFC 단말기가 적은 만큼 국내점유율에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애플페이의 시장점유율을 두고 카드업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해 어떤 카드사가 애플페이에 참여할지 변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