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000810), DB손해보험(005830), 현대해상(001450),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등 대형 손해보험사 5곳의 지난해 순이익이 총 4조원을 돌파했다.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되면서 각사가 일제히 역대 최대 실적을 썼다.
보험업계에서는 올해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려울 수 있다 목소리도 나온다. 물가 상승과 보험료 인하로 손해율이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대출 금리 인하 압박과 자본건전성 강화, 배당 자제 주문도 부담 요소로 꼽힌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DB손보,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보의 지난해 당기 순이익 합산액은 총 4조1089억원으로 집계됐다.
상위 5개 손해보험사의 순이익 합산이 4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각사별로 삼성화재의 작년 순이익은 전년보다 4.5% 늘어 1조1414억원을, DB손보는 전년 대비 26.2% 증가한 980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메리츠화재는 전년보다 30.9% 증가한 8683억원, 현대해상은 전년보다 28% 늘어난 5609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KB손보는 전년보다 84.8% 증가한 5577억원의 순이익을 보였다.
작년 손보사들이 최대 실적을 거둔 데는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손해율은 가입자들로부터 거둔 보험료에서 사고 등으로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이다. 손해율이 100%를 넘기면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보다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이 더 많아 적자라는 의미다.
삼성화재의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전년보다 0.2%포인트 낮아진 81.7%, 실손의료보험이나 암보험, 어린이보험 등 장기보험 손해율은 전년보다 3.1%포인트 내린 81.2%다. DB손보의 장기보험 손해율은 81.1%로, 전년(84.6%)보다 3.5%포인트 개선됐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9.4%로 전년보다 0.1%포인트 내려 소폭 개선됐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와 고유가 등이 겹쳐 자동차 이동량이 줄어들면서 손해율이 대폭 개선된 데다 백내장 수술 등 실손보험 과잉 청구에 대한 지급 심사 기준이 강화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작년 4월 이후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 지급 기준이 강화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장기·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돼 이자수익이 증가했고, 대체투자 배당수익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전년 대비 실적 성장 폭은 메리츠화재와 KB손보가 컸다. 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의 실적 약진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2018년까지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손보업계 4위였던 이 회사는 2019년 현대해상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현재 손보업계 2위인 DB손해보험과의 순이익 격차는 1123억원으로, 전년보다 격차(2121억원)를 좁혔다. 메리츠화재는 다른 손보사와 달리 자동차보험 부문보다 암보험, 질병 상해보험 등 장기보험 판매에 집중해 이익을 키워왔다.
작년 순이익이 전년보다 84.8%나 늘어난 KB손보의 경우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손해율 개선 효과와 함께 작년 상반기 사옥 매각 이익 1570억원을 거둔 게 실적 상승에 기여했다.
손보업계가 올해도 최대 실적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손보사들의 올해 실적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요소로는 회계기준 변화로 이익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 금리 인상 영향 등이 꼽힌다.
올해 실적부터 보험사에 적용되는 'IFRS 17′ 회계기준은 보험사가 보유한 보험계약을 현재 가치로 평가해 재무제표에 반영한다. 보험사들이 미래에 고객으로부터 보험료를 얼마 받아 보험금을 얼마나 주는지를 계산해 현재의 이익으로 환산하는 방식이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회계상 회사 이익이 늘어나는 것이라 기업 가치엔 '플러스'"라고 말했다.
작년부터 국내외 기준금리가 오르고 있는 것도 보험업계에는 호재로 평가된다. 보험사가 투자한 각종 금융상품의 수익성이 늘 수 있어서다. 김지영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시장금리 상승 효과로 삼성화재 등 손보사의 실적 개선세가 지속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반면 부담 요소도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보험사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건전성 부실 우려도 동시에 있다. 여기에 당장 손보사들의 주수익원인 자동차보험료도 인하된다. KB손보는 오는 25일, 현대해상과 DB손보는 오는 26일부터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를 각각 2.0% 내린다. 메리츠화재와 삼성화재는 오는 27일부터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를 각각 2.5%, 2.1% 인하한다.
그간 금융당국과 정치권, 시민단체는 보험사들이 고물가에 따른 경제적 고통 분담에 동참하라는 취지로 보험료 인하를 압박해왔다. 작년 4∼5월에도 정치권의 압박 등의 영향으로 자동차 보험료를 1.2∼1.3% 내렸다.
최근 금융사를 향한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압박이 강해지고 있는 것도 업계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최근 은행업계가 여신금리 인하 압박으로 대출 금리를 일제히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도 눈치를 보고 신용대출 금리를 내려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증권가 등 시장에서는 보험사들의 배당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손보사들이 호실적을 거두면서 배당 규모를 확대했는데, 배당 확대 정책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관건이다.
금융당국이 자본 시장의 불확실성을 우려하며 보험사를 비롯한 금융권에 자본건전성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보험사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새지급여력제도, 킥스(K-ICS) 적용 이후 재무건전성이 미흡한 보험사들에 대해 배당성향을 제한하는 규제안도 신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