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추진하는 기업 구조조정에 제동이 걸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심사가 장기화하면서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가 2단계로 넘어가게 되며 올해 하반기가 돼야 합병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권 및 산업계에 따르면 EU 경쟁당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과 관련해 기업결합 최종심사에 돌입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13일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해 이달 17일에는 합병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됐다.
EU 집행위원회는 기업결합 신고서가 제출되면 35일 동안 시장 경쟁 제한성, 독점 여부 등을 판단하기 위한 1단계 심사를 진행한다. 이 심사 과정에서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자체 시정방안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2단계 심사를 진행한다. 2단계 심사 개시 이후 최대 125일 이내에 기업결합 승인 여부가 확정된다. 2단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인수합병이 무산된다.
EU 경쟁당국은 대한항공의 추가 경쟁제한 우려 시정방안을 참고해 7월 초까지 합병 승인 여부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2단계 심사에서 독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보유 중인 일부 노선 슬롯(특정 시간에 비행기를 운항할 수 있는 권리)을 경쟁사에 양보하는 등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시정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결국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여부는 올해 하반기나 돼야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EU 경쟁당국의 심사 기간이 연장되며 미국, 일본 등 다른 신고국가의 결정도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U 당국의 기업결합심사는 다른 국가들의 심사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은 현재 총 14개국에 기업결합 신고를 했으며, EU·미국·일본·영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양사의 합병 승인이 지연되며 산은의 자산 정리 속도도 주춤할 전망이다. 산은은 윤석열 정부가 정책금융의 역할을 부실기업 구조조정 대신 신산업의 마중물로 변경하겠다고 국정과제에 포함한 데 따라 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산은은 기업 구조조정의 원칙을 '신속 매각'으로 세우기도 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해 9월 기자간담회에서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이해당사자의 고통 분담, 지속 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이라는 기존 산은 구조조정 기조에 더해 신속한 매각 추진이라는 게 원칙이다"라며 "매각이 가능할 때 바로 매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해 지난달 유럽 벨기에를 찾아 EU 경쟁당국 관계자를 직접 만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지원하기도 했다.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외 매각 가능한 자산에 대해서 빠르게 처분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해 매각에 실패했던 KDB생명보험에 대해서 재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HMM에 대해서는 매각 추진을 위해 관계기관과 논의에 돌입했다. 산은은 현재 매각 컨설팅 자문사를 선정하기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