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2023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금융감독원 제공

금융감독원이 5대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를 깨트려 완전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금리 인상이 은행의 이익으로 직결되는 현 체제에서 벗어나 은행간 경쟁을 촉진해 금리 인하를 유도하고 은행 자체 경쟁력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완전 경쟁 체제로 바꾸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일 금감원 임원 회의에서 “여·수신 등 은행업무의 시장경쟁을 더욱 촉진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시장가격으로 은행서비스가 금융소비자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제도・방안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2019년 5대 은행이 전체 18개 은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원화 예수금 기준 77%에 달했다. 이들 은행은 예금 시장에서 각각 15~16%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원화대출금을 기준으로 해도 5대 은행의 점유율은 67%다. 사실상 5대 은행이 예금·대출 시장에서 과점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과점 체제로 은행이 대출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5대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참여자들도 들어와 경쟁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예대금리차 이슈 등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며 ”완전 경쟁을 해야 효율적인 가격이 가능한 만큼 다양한 제도나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해 해외 사례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은 산업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은행 신설을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이나 핀테크와 접목한 형태의 은행 등이 확대되며 은행업의 경쟁이 확대됐다.

국내에서는 영국과 같이 은행을 신설하는 방식 대신 카카오뱅크·토스뱅크·케이뱅크 등 기존 인터넷은행을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완전 경쟁 체제를 구축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말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는 인터넷은행의 성장으로 가계대출 부문에서 일반은행의 시장 집중도가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평가 위원회는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에 영향을 준 만큼 신규 은행 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터넷은행 도입 초기이기 때문에 성장세를 지켜봐야 한다”라는 의견을 냈다.

아울러 금감원은 금융위와 함께 은행의 경쟁 촉진을 위해 ‘스몰 라이선스’(은행업 인가 단위를 세분화해 개별인가로 내주는 것) 도입, 은행업을 예금을 수취하는 업으로 규정함으로써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대형 전자금융업자도 포섭할 수 있는 ‘은행업법’ 제정 등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