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오는 3월 24일 우리금융그룹의 새 회장으로 취임한다. 지난 2015년 NH농협금융 회장에서 물러난 후 8년 만에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로 돌아온 그는 당장 우리금융 내부의 뿌리 깊은 파벌 문제, 증권사 인수, 관치 우려 불식 등 여러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 시장에서는 임 내정자가 단기간에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고 우리금융을 안정화하는데 실패할 경우 안팎에서 숱한 비판에 시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손태승계'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불편한 동거
우리금융그룹 내부에서는 임 내정자가 취임 후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어떤 동반자 관계를 이어갈지에 대해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 행장은 이번 우리금융 회장 선임 과정에서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으로 임 내정자와 경쟁했었다.
이 행장은 올 초까지 우리금융을 이끌었던 손태승 전 회장의 측근으로 꼽힌다. 회장 선임 당시 금융가에서 '경제관료 출신의 임종룡'과 '손태승계(系) 이원덕'의 경쟁 구도라는 말이 줄곧 나오기도 했다.
이 행장은 지난 1990년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일은행에 입행해 경영기획그룹 상무와 부행장, 우리금융 부사장 등을 거친 정통 '우리맨'이다. 1987년부터 한일은행에서 일하며 회장 자리까지 오른 손 전 회장의 이력을 그대로 이어받은 인물이다.
우리금융은 과거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의 합병을 통해 탄생한 금융사다. 이 행장을 비롯한 한일은행 출신과 상업은행 출신 직원의 반목과 파벌 다툼은 우리금융의 해묵은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 때문에 임 내정자는 우리금융 내부에 깊이 뿌리를 내린 이 행장의 한일은행 출신 인맥을 어떻게 정리하고 이끌어 갈지가 취임 초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금융 시장 한 관계자는 "당장 다음 달 취임 후 이어질 그룹 내 계열사 경영진 인사가 임 내정자의 취임 초반 리더십의 향방을 판단할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임원 인사 등의 향방을 두고 우리금융 내부에서 어느 때보다 관심이 큰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 우리금융,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보험 없어
증권사, 보험사 인수를 통해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도 임 내정자에게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KB국민과 신한, 하나, NH농협 등과 달리 우리금융그룹은 현재 계열 증권사와 보험사가 없다. 우리금융이 경쟁 지주사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우리금융에 필요한 회사는 증권사다. 보험업의 경우 고령화, 결혼·출산 감소 등으로 장기보험 가입률이 떨어지면서 생명보험사의 성장이 정체돼 있는 상황이다. 반면 증권업의 경우 금리 하락기와 경제 성장률이 높아지는 시기에 수익이 크게 늘고, 다양한 투자금융 사업을 벌일 수 있다.
우리금융은 손태승 전 회장 시절에도 계속해서 증권사 인수를 시도했지만, 가격이 맞지 않거나 사외이사들의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실패했었다.
공교롭게도 임 내정자는 지난 2015년 NH농협금융 회장 시절 우리금융 계열사였던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했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당시에 비해 현재 시장에서는 좋은 가격에 매력적인 매물을 찾기가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 정부·당국 압박 속 내부 신뢰 얻어야
끊임없이 제기되는 관치 우려를 해소하는 일도 임 내정자의 숙제다. 이번 회장 선임 과정에서도 노조를 비롯한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관료 출신의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은 연일 은행을 포함한 금융사를 향해 공익적 역할을 확대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말 금융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은행은 공공재"라고 강조했다. 뒤이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이 연간 수십조원의 이자 수익을 거두는 것은 과점 체제가 보장되는 특권적 지위 때문"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만약 임 내정자가 정부, 금융 당국의 요구를 충실히 이행하는데 중점을 둘 경우 가뜩이나 그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던 우리금융 내부에서 관치 금융에 앞장선다는 거센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회사의 수익을 늘리는 데 집중한다면 정부, 금융 당국과 틈이 벌어져 입지가 크게 좁아질 우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