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오르던 시장금리가 꺾이면서 투자자금이 은행 등 안전자산으로 쏠리는 '역(逆)머니무브(자금 대이동)' 현상이 끝을 보이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 예금 금리는 3개월 전보다 1%포인트 넘게 떨어져 3%대 초·중반을 기록했고, 지난달 신규 예금 예치액은 지난해 금리 고점(11월) 대비 50%가량 줄었다. 은행 예금에서 빠진 자금은 다시 주식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기준금리인 연 3.50%보다 낮은 수준까지 내려갔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전날 기준 연 3.35~3.62%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평균 취급 금리인 연 4.65~4.84% 대비 1%포인트 넘게 감소한 수치다.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도 잇달아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부산은행은 지난달 평균 연 5.03% 금리였던 '라이브(LIVE) 정기예금' 1년 만기 최고 금리를 연 2.75%로 2%포인트 넘게 하향 조정했다. 전북은행은 지난 9일부터 6개 예‧적금 상품 금리를 최대 1.5%포인트 인하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지난 7일 파킹통장 성격의 입출금통장 '플러스박스' 금리를 연 3.0%에서 2.70%로 0.30%포인트 인하했다.
고금리로 눈길을 끌었던 예·적금 상품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면서 은행으로 시중자금이 쏠리는 역머니무브 현상도 둔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예금은행의 수신잔액은 2198조원으로, 전월보다 45조5000억원 줄었다. 지난해 4~11월 연속 증가한 은행의 수신잔액은 이후 두 달 연속 감소세다. 특히 수시입출금식예금은 한 달 만에 59조5000억원이 줄며 2002년 1월 통계를 집계한 후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5대 은행만 놓고 봐도 그렇다. 지난달 말 기준 이 은행들의 수신 잔액은 전월보다 7조3862억원 감소한 1870조581억원으로 집계됐다. 수신 종류별로 보면 정기예금 잔액은 전월 대비 6조1866억원 줄어든 822조2500억원으로 나타났다. 정기적금 잔액은 같은 기간 3943억원 줄어든 36조8367억원을 기록했다.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 잔액은 35조9835억원 줄어든 588조6031억원으로 집계됐다. 요구불예금은 이율은 낮은 편이지만 입출금이 자유롭기에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금융권에선 이런 현상의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우선 금융당국의 인상 자제령과 채권 시장 안정화 등이 정기예금 금리 상승을 막고 있다. 지난해 말 채권 시장이 불안해지자 은행들은 자금 조달을 위해 너도나도 예·적금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대출 금리마저 치솟기 시작하자 당국은 시장금리 안정화 차원에서 금리 인상 자제를 권고했다. 여기에 최근 채권 시장이 안정화되면서 은행 입장에선 굳이 고금리 예·적금으로 자금을 끌어들일 이유가 적어졌고, 금리가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다음은 빚을 갚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지난달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전월보다 4조6000억원 줄어든 1053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줄어든 대출 대부분은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로, 금리 상승세 속 불어난 이자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부채부터 상환하자는 심리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소비자들은 다시 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1조5218억원으로 지난해 10월 6일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아울러 지난달 자산운용사 수신은 전월보다 51조4000억원 늘었다. 머니마켓펀드(MMF)는 전월보다 39조원,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 유입은 각각 4조1000억원, 2조원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기예금 금리를 산정하는 기준인 은행채 금리가 하락세를 모이고 있어 예금 금리도 계속 내려가고 있다"며 "올해도 금리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던 금융소비자들이 이제는 만기가 돌아오는 여유자금을 은행 대신 주식 등으로 돌리기 시작하는 모습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