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산관리공사 전경. /캠코 제공

금융위원회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존에는 캠코가 직접 기업이 가진 부동산·동산을 매입하거나 자금을 빌려주는 형태로 부실 우려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하지만 복합위기에 따라 부실 우려 기업이 증가하며 직접 인수를 통한 지원이 한계에 다다르자 간접적으로 자산을 인수해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와 캠코는 자산유동화 간접인수 방식의 기업 지원 방안을 올해 시범사업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캠코 이사회에서도 이 사업의 방향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캠코 관계자는 "자산 매입 후 임대(S&LB) 사업처럼 기업 지원 상품을 추가하려고 검토하는 단계다"라며 "기존에 직접 돈을 빌려주거나 자산을 직접 인수하는 방식이 아닌 자산유동화 방식으로 하는 부분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캠코가 준비하는 자산유동화 간접인수 지원 사업은 기업의 자산을 기초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ABS는 기업의 부동산 등 여러 형태의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자산보유자와 별도로 분리된 특수목적회사(SPC)가 발행한다.

예를 들어 자산유동화 간접인수 지원을 신청한 기업이 100억원의 가치가 있는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면, 캠코는 SPC를 설립해 ABS 100장을 발행한다. 부동산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은 해당 ABS를 장당 1억원에 매입한다. 그렇게 되면 기업은 자산을 매각하지 않고도 1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기업은 이렇게 조달한 자금을 필요한 곳에 운용한 뒤 ABS 만기가 돌아올 때 원리금을 상환하면 된다. 원리금이 상환되면 담보신탁이 해지되고 SPC가 청산된다. 만약 원리금 상환이 연체되면 캠코는 SPC를 통해 담보로 잡은 부동산을 공매 처분해 자금을 회수한다. 캠코는 간접인수 방식의 지원 규모를 현재 금융위와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캠코가 유동성 위기 기업에 대한 추가 지원 방안을 준비 중인 것은 S&LB 사업 등 기존 대책으로는 증가하는 부실 우려 기업을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S&LB 프로그램은 기업이 보유한 공장이나 사옥, 부동산, 선박 등을 캠코가 매입한 뒤 다시 해당 기업에 자산을 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캠코가 직접 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기업은 사업 기반을 유지한 채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S&LB 사업은 캠코가 한정된 재원에서 부동산의 소유권을 직접 가져와야 해 지원 대상을 확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간접 인수 지원은 소유권 이전 없이 S&LB 프로그램과 동일한 지원 효과를 낼 수 있다. 대내외 경제환경이 악화되면서 유동성이 악화되는 부실기업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 지원 기업을 늘릴 방안인 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이자보상배율 1에 미치지 못하는 중소기업 비중은 49.7%에 달했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자보상배율이 1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영업활동을 통해 번 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34%로 0.03%포인트 상승하며 부실률이 높아지고 있다.

캠코는 기업의 희망자금 수준과 담보 가치, 경영정상화 목적 등 기업 상황을 고려해 S&LB를 통한 직접인수와 간접인수를 선택적으로 맞춤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S&LB 지원 규모는 캠코 업무계획상 1000억원으로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