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네이버카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불법대출이 홍보되고 있다. /김수정 기자

"회생 중이고 개인사업자입니다. (1000만원 대출) 가능한 곳만 연락주세요."

지난 2일 대출중개플랫폼 '대출나라'에 대출문의글을 올렸다. 글을 올리자마자 휴대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렸다. '빠른 대출', '당일 대출', '비대면 심사', '빠른 승인' 등을 내건 문자메시지도 쏟아졌다. 게시글을 올린 지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았는데 30곳이 넘는 대부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같은 업체에서 반복해서 전화를 걸거나 다음날에도 전화를 시도한 곳도 있었다.

이 중 한 대부업체에 비대면 대출문의 상담을 했다. 업체 관계자는 생년월일, 성별, 직업, 대출 이력, 거주지 등을 묻더니 "30분 내로 대출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1000만원을 해드리면 한 달 뒤 1100만원을 갚으면 된다"고 말했다. 연이율로 환산하면 연 2000%가 넘는 고금리였다. 또 다른 대부업체 관계자는 직업을 물어 무직자라고 대답하니 "소득이 확인되지 않아 1000만원을 빌려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선 100만원을 빌리고 일주일 뒤 갚으면 차차 금액을 늘려 빌려주겠다"고 덧붙였다.

고금리로 저신용자들이 카드론 등 제2금융권 대출까지 막히자 불법대부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나 대출중개플랫폼 등 온라인을 통해 불법대부업을 접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21년부터 불법사금융 척결을 위한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다.

14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상담 건수는 12만3233건이다. 이는 2020년 12만8538건, 2021년 14만3907건에 비해 줄었지만, 지난 2년여간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이 불법 사금융 척결을 위해 대대적으로 노력을 해왔던 것에 비하면 여전히 문제가 심각한 셈이다. 대출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법정최고금리(연 20%)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부업체들이 금리 20%가 넘는 대출을 중단하자 금융기관에서 밀려난 저신용자들이 사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업체들이 계속 대출 문턱을 높이면 사금융에 의존하는 취약계층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 2일 대출중개플랫폼에 대출문의 게시글을 올렸다. /김수정 기자
지난 2일 대출중개플랫폼에 대출문의 게시글을 올리자 수많은 전화와 문자가 왔다. /김수정 기자

◇ 대출중개플랫폼 통해 불법대출 중개

경기도 파주시에 거주하는 한모(36)씨는 지난달 초 한 대출중개플랫폼을 통해 대출상담을 요청했다. 요식업을 운영하던 한씨는 최근 가게 운영이 어려워지자 생활비가 급하게 필요해 10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글을 올렸다. 한씨는 정식 등록업체라는 곳과 직접 만나 서류도 받고 한도 확인을 진행했다. 업체는 100만원을 빌려줄 테니 열흘 뒤 140만원을 갚아야 한다고 안내했다. 연이율로 환산하면 연 2000%가 넘는 고금리였다.

대출중개플랫폼은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대출중개업 플랫폼이다. 돈을 빌리는 사람이 플랫폼 홈페이지에 광고된 대부업체로 직접 연락을 하거나 대출상담 게시판에 원하는 조건과 연락처를 올리면 대부업체가 연락을 취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대출중계플랫폼업계 1위인 '대출나라'의 경우 이용자 수는 1660만명에 이른다. 총대출문의는 83만3880건, 대출상담총액은 1조5340억원에 달한다. 이달 들어 일주일 동안에만 4531건의 대출문의 글이 등록됐다.

합법적인 대출중개플랫폼이지만, 연락이 닿는 대부업체 대다수는 불법 대부업체였다. 실제 기자와 연락이 닿은 대부업체들은 대부분 상호를 밝히지 않았다. 일부 업체는 '선샤인대부', '레드파이낸셜', 'BK파이낸셜' 등 상호를 밝혔지만, 금융감독원 등록대부업체 서비스에 조회되지 않은 미등록 대부업체였다. 상호를 밝힌 9곳 대부업체 중 5곳만이 등록대부업체 서비스에 조회됐다.

지난 2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불법대출업체 채팅방을 찾을 수 있다. /김수정 기자
지난 2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만난 한 불법대부업체가 연 1000%가 넘는 고금리 대출을 요구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

◇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나 SNS를 통해서 불법대출 홍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역시 불법사금융이 성행하고 있었다. 오픈채팅방에 '대출'을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당일대출', '무직자대출', '만19세 대출' 등의 오픈채팅방이 검색됐다. 이들은 키워드로 '무직자', '주부', '고졸', '백수' 등을 내걸며 저신용자를 주목표로 삼았다. 오픈채팅방은 100명까지 들어갈 수 있었으며, 1대1 채팅을 통해서 개개인을 대상으로 한 불법사금융 소개도 이뤄졌다.

기자는 직접 무직자에게 대출을 해준다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들어갔다. 업체 관계자는 나이, 신용점수, 성별, 기존대출내역, 필요자금, 한달 이내 계좌개설여부, 연체 여부 등을 물었다. 이후 30분 이내로 대출이 가능하다며 금액과 상환 날짜에 대해 물었다. 100만원을 일주일 내로 상환할 수 있다고 답하니 이자까지 합쳐 120만원을 갚아야 한다고 안내했다. 연이율로 환산하면 1000%가 넘는 고금리였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서도 불법 대출 광고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페이스북에 '당일 대출'을 검색한 결과 공개 그룹 페이지가 70개 이상 검색됐다. 지난 6일 기준 인스타그램에서는 동일 키워드 관련 태그 게시글이 36만8000건이 검색됐다.

플랫폼 업체의 직접적 관리 방안은 없다. 카카오톡 관계자는 "불법 대출 관련한 오픈채팅방 키워드는 사전에 채팅방을 열 수 없도록 해두었다"면서도 "키워드를 교묘히 피한 채팅방의 경우 모니터링이나 제보가 들어오면 추후 삭제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8일 페이스북에 작업대출 관련 게시글(왼쪽)과 작업대출업체 관계자와의 대화내용(오른쪽). /김수정 기자

◇ 대출 위해 서류를 위조하는 작업대출 홍보도

부산 망미동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모(25)씨는 급하게 생활비가 필요했지만, 소득이 없어 대출을 번번이 거절당했다. 그러다가 SNS를 통해 '대출을 위해 재직증명서 등 서류를 떼줄 테니 무직자는 연락 바란다'는 작업대출 홍보를 접했다. 김씨는 가짜 급여통장 입출금내역서와 가짜 재직증명서로 저축은행 두 곳에서 3년 만기로 총 1880만원을 빌렸다. 김씨는 수수료를 명목으로 작업대출자에게 대출금의 30%인 564만원을 내줬다.

작업대출은 허위 재직증명서 등을 위조해 대출을 받도록 도와주고 그 대가로 수수료로 떼어가는 불법행위다. 페이스북에서 '작업대출'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50여개의 대출 관련 그룹이 검색됐다. 각 그룹의 회원 수는 최소 수십명에서 많게는 1만여명에 이르렀다.

기자는 SNS상 직접 작업대출을 해준다는 업체와 연락을 시도했다. 해당 업체는 사업자 혹은 직장인 서류를 작업해준다고 밝혔다. 사업자서류에는 사업자등록증, 부가가치세, 소득금액증명서 등이 있었으며 직장인 서류에는 재직증명서, 원천징수영수증, 급여지금사실확인서 등이 있었다. 재직증명서를 요구하는 기자에게 업체 관계자는 "20만원을 주면 (재직증명서를) 메일로 작성해 보내드린다"고 말했다.

◇ 불법대출 차단 위해 법정최고금리 인상 필요성 커져

이러한 불법대부업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법정최고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부업체들이 금리 20%가 넘는 대출을 중단하자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밀려난 저신용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불법사채 시장의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이다.

실제 법정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인하된 이후 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에 내몰린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5일 금융연구원에서 발표한 '2021년 최고금리 인하 이후 대부이용자 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6월 말 이후 지난해 6월 말까지 최대 3만8000명이 제도권 내 대부대출 시장에서 배제돼 불법대부업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2021년 7월 시행령 개정을 통해 법정 최고금리를 24%에서 20%로 인하했다.

법정최고금리 인하의 부작용은 앞으로도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기준금리 상승으로 조달 비용이 커진 대부업체들 사이에서 대출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말에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상위 대부업체 10여곳이 신규 대출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대부업체들이 자금조달을 제대로 하지 못해 폐업하고 있다"며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대부업체에서 밀려나면 선택지는 불법 사금융뿐인데 불법 사금융은 정부가 통제할 수 없어 대출금리를 1000%로 받는다 해도 알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법정최고금리를 올리자는 이유는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