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 지난해 말 이후 2200여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나면서 한 사람당 최소 6억~7억원에 이르는 퇴직금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장사로 수익이 급증한 은행들이 희망퇴직을 구조조정이 아닌, 직원들에게 목돈을 챙겨주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은행들의 현금인출기를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뉴스1

12일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후 각 은행들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5대 시중은행에서 22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KB국민은행에서 713명이 희망퇴직했고, NH농협(493명), 신한(388명), 우리(349명), 하나(279명) 등의 순이었다.

이 가운데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은 4분기에 희망퇴직 비용을 반영했다. 이들 은행은 떠나는 직원들에게 특별퇴직금으로 1인당 최소 3억4000만원에서 많게는 4억4000만원 정도를 줬다.

KB국민은행은 희망퇴직 비용으로 2725억원을 반영했다. 지난달 퇴직을 확정한 직원이 713명이었으니, 1인당 3억8200만원을 준 셈이다. 1인당 평균 3억7600만원을 지급한 전년도에 비해 소폭 늘어난 수치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4분기 실적에 희망퇴직 비용 1336억원을 반영했다. 희망퇴직 인원은 388명으로 1인당 지급액은 평균 3억4400만원이다.

우리은행은 올 초 349명이 회사를 떠나면서 1547억원의 희망퇴직 비용을 책정했다. 1인당 지급액은 실적을 발표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4억4300만원이었다. 전년에 비해서는 7700만원 급증했다.

우리은행의 1인당 평균 지급액이 증가한 것은 희망퇴직자 대부분이 정년을 앞둔 고연차 직원들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신한은행은 희망퇴직 신청 대상 직급과 연령을 부지점장 아래와 만 44세로 낮춰 상대적으로 지급액이 적었다.

하나은행은 오는 1분기 실적에 희망퇴직 비용을 반영할 예정이다. 지난해 1분기에 하나은행은 1인당 평균은 3억4200만원을 지급한 바 있다.

이들 은행이 실적에 반영한 희망퇴직 비용은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만 해당된다. 근무 기간에 따른 특별퇴직금과 학자금, 건강검진 지원금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이 비용에는 기업들이 퇴직자들에게 일반적으로 지급하는 법정퇴직금은 빠져있다. 법정퇴직금은 보통 퇴직 전 최근 3개월의 월 평균 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해 계산한다.

지난 2021년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보면 주요 시중은행의 1인당 평균 급여는 KB국민은행 1억1200만원, 신한은행 1억700만원, 하나은행 1억600만원, 우리은행 9700만원 등이었다. 이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16년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퇴직자들의 월 평균 임금은 808만원∼933만원 수준이었다.

지난해 은행들의 수익이 급증해 평균 급여가 전년 대비 증가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을 감안해 이번에 지급된 특별퇴직금과 법정퇴직금을 합칠 경우 연말연초 은행을 떠난 직원들은 1인당 최소 6억∼7억원에 이르는 돈을 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주요 은행들의 지난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말에서 지난해 초 회사를 떠난 은행원 중 일부는 특별퇴직금과 법정퇴직금을 합쳐 최대 10억원이 넘은 돈을 수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에게 이처럼 큰돈을 지급하는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대출금리 인상으로 수익이 급증한 은행들이 소비자의 재정 부담을 덜어주는 것을 고민하기보다, 떠나는 직원들에게 한몫을 챙겨주는 데만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정부와 금융 당국은 이자 장사를 통해 수익이 급증한 금융사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말 금융위원회의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은행은 공공재”라고 발언하며, 은행들의 공익적 역할을 언급한 바 있다. 이어 지난 6일에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은행들이 연간 수십조원의 이자 수익을 거두는 것은 과점 체제가 보장되는 특권적 지위의 영향이 있다”며 과실을 나눠야 할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