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증권 성격을 지닌 코인은 가상자산 거래소 내에서 거래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앞으로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증권 토큰’이 퇴출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서 거래되고 있는 가상화폐 중 리플 등 4종이 증권 토큰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금융위는 6일 증권 토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증권 토큰이란 자본시장법 상 증권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화(化) 한 코인을 의미한다. 금융위는 코인 발행사가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약속하고 특정 상품에 대한 소유권을 나눠준다면 이는 ‘투자 계약’에 해당돼 증권과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현재 국내에서 거래되는 코인 중 증권 성격이 있는 코인으로 리플, 랠리, 앰프, 파워렛저 등 4종을 꼽고 있다.

만약 이들 코인이 증권 토큰으로 분류된다면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는 해당 코인의 거래 중개를 중단해야 한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주식과 같은 증권은 거래 자격을 취득한 사업자만 거래를 중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증권 토큰 거래가 불가능해지고, 이미 거래소에 상장돼 있다면 상장 폐지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래픽=손민균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대형 코인을 제외한 상당수 알트코인이 증권 성격을 지녀 상장이 폐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거래소들은 최근 진화에 나섰다.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주요 5대 거래소가 포함된 디지털자산 거래소 협의체(DAXA·Digital Asset eXchange Association) 관계자는 “각 거래소들은 상장 심사 단계에서 증권 성격을 지닌 것으로 판단되는 코인을 우선 추려내 상장을 거부하고 있다”며 “코인의 대규모 상폐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은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코인들의 상폐 여부에 대한 판단을 지금부터 내리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곧 미국 사법 당국이 리플에 대한 증권성 판단을 내릴 예정인데, 이 결과에 따라 상당수 코인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2020년 시가총액 25조원 규모의 가상화폐 리플을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대한 미국 법원의 판결이 오는 3월로 예정돼 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제외한 알트코인의 상당수는 리플과 비슷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만약 미국 법원이 리플에 대해 증권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할 경우 다른 코인들 역시 비슷한 처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 판결에 따라 대다수 알트코인들에 대해 상폐 처분이 내려질 수도 있는 것이다.

가상자산 전문 분석업체인 베가엑스의 김래현 전무는 “코인을 신규 발행할 때 대부분 이전에 나온 코인의 구조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다”며 “만약 리플이 증권 토큰으로 분류될 경우 리플과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졌거나 사업 방식이 유사한 코인들 역시 증권 토큰으로 규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계 관계자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리플이 승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현재로서는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리플이 패소할 경우 상당수 알트코인들이 상폐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