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원 인사를 앞둔 금융감독원이 '법률가 전성시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공석인 임원 자리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 검사 출신 등 법조계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 금융감독원장인 이복현 원장이 검찰 출신이고, 금융감독 업무 자체가 법률과 밀접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법률 분야 인사의 영입이 유력하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전망이다.
3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내달 8일 임기를 마치는 김은경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 자리에 금융위원회·금감원 내 심의회에서 활동 중인 A 로스쿨 교수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원장 퇴임 이후 금감원 부원장급 임원의 여성 인원이 없고, 법률적 지식이 풍부한 소비자보호처장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A 교수의 이름이 차기 소비자보호처장으로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보호처장 자리가 금융소비자의 피해 구제나 분쟁조정 등의 역할을 총괄하는 자리인 만큼 법률 지식이 풍부한 인물을 선호한다"며 "이에 A 교수가 차기 소비자보호처장의 물망에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차기 소비자보호처장 자리에 내부 출신이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자리인 소비자보호처장은 금감원의 입김에서 독립적이어야 하는 만큼 내부 승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김 원장의 퇴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아직도 차기 소비자보호처장에 대한 대통령실의 검증이 진행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 자리의 공백도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검증과 관련한 얘기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며 "늦으면 7월까지도 소비자보호처장 자리가 비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귀띔했다.
4개월째 공석인 자본시장·회계 부문 공시조사 담당 부원장보 자리에는 검사 출신 인사가 기용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현재 이 자리는 김정태 금융투자 부원장보가 겸임하고 있다. 공시조사 부원장보를 둘러싸고 검찰 출신이 거론되는 것은 이 원장이 전 직업이 검사이고, 이미 한 차례 검찰 출신이 이 자리에 앉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금감원 자본시장조사, 금융투자업 담당 부원장보를 지낸 정연수 김앤장 변호사는 서울·대구지방검찰청 검사로 시작해 서울남부지검검찰청 부장검사까지 거친 인물이다. 정 부원장보는 지난해 금감원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금감원은 임원 뿐만 아니라 직원 역시 법률 전문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법률·회계·정보통신(IT) 등의 전문인력을 수시·상시로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매년 1회 정기 채용하는 방식으로만은 시장과 감독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려워 외부 전문인력에 대한 수시·상시 채용을 병행하기로 한 것이다.
최근 신협중앙회로 이동한 이희준 중소서민금융 부원장보 자리는 내부 이동으로 채워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는 은행감독원 출신 부원장보들 중 한 명이 이동할 것이라고 소문이 돌다가 최근 박상원 기획·경영 부원장보가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석이 된 박 부원장보 자리는 내부 승진으로 채워질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