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집값 하락기 임차인이 전세금을 제때 돌려줄 수 있도록 보증금 반환 목적 대출 규제를 폐지했지만 '반쪽 짜리'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에 보증금 반환 목적 대출이 여전히 포함되면서 대출 한도가 꽉 찬 영끌족(모든 대출 수단을 동원해 부동산에 투자한 사람)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라는 것이다.
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임차보증금 반환 대출을 DSR 대상에 포함시킨 규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 대출도 DSR에 포함된다"며 "규제 완화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임대보증금 반환 목적 대출에 대한 각종 제한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임대보증금 반환 문제가 불거진 데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임대보증금 반환 대출 목적의 규제지역 내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전입 의무와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의 다른 주택 처분의무가 폐지된다. 또, 투기·투기과열지역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 2억원으로 제한되던 대출한도 규제가 사라진다. 대신 주택담보비율(LTV) 한도가 적용된다. 만약 투기·투기과열지역에 15억원의 아파트를 한 채 가진 차주라면 DSR 한도 내에서 7억5000만원까지 대출을 실행할 수 있는 셈이다. 투기·투기과열지역 내 1주택자의 LTV는 현재 50% 적용된다.
임대보증금 반환 대출 규제가 완화되면서 숨을 돌리는 임차인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미 한도를 채워 대출을 받은 임차인들을 중심으로 추가 규제 완화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임대보증금 반환 대출 규제 완화에도 DSR 규제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DSR 한도가 가득 찬 차주는 LTV 한도만큼 보증금 반환 목적 대출을 이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는 한 차주는 "DSR 규제가 그대로 적용되면서 전세퇴거대출을 이용하려던 계획이 틀어졌다"며 "DSR 규제 대상이 아닌 사업자대출 등을 통한 대출까지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DSR 규제는 금융권에서 받은 대출에 대한 총 연간 상환액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부터 개인의 상환 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을 실행할 수 있도록 지난해 7월부터 규제를 강화해 적용했다. 총 대출액이 1억원을 넘는 대출자는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제2금융권 50%)를 넘을 수 없다. 예를 들어 9억원의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구매하면서 3억5000만원을 빌린 연봉 5000만원의 차주가 있다면, 임대보증금 반환 목적의 대출은 어렵다. 이미 개인의 DSR 한도가 채워 대출을 실행했기 때문이다.
대신 정부는 DSR 규제에서 예외로 적용되는 '특례보금자리론'을 출시하며 영끌족의 숨통을 틔운다는 구상이다. 9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해 소득 제한 없이 5억원까지 빌려주는 특례보금자리론은 DSR이 적용되지 않는다. DSR 한도가 5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차주는 특례보금라리론을 이용하면 추가적인 대출이 가능한 것이다. 단, 9억원이 넘는 주택의 경우 특례보금자리론 이용이 어려워 고가의 주택을 구입한 영끌족일수록 임차보증금을 되돌려주는 길이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