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이상 장기 무이자 할부 서비스가 올해 자취를 감춘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상승으로 무이자 할부 서비스에 따르는 비용이 높아져서다.신용카드사들은 조용히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3개월 이내에서만 운용하고 있다. 3개월 무이자 할부도 점차 사라지고, 카드사가 이를 마케팅용으로 한정적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점포에서 카드 결제 하는 모습./뉴스1

3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장 점유율 상위권 카드사들이 줄줄이 6개월 이상 장기 무이자 할부를 없앴다. 또 국세·지방세 납부 무이자 할부 혜택을 중단했다.

1위 업체 신한카드는 12개 업종 가운데 학원, 대학, 병원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2~3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만을 제공한다. 학원과 대학은 최대 6개월, 병원은 최대 5개월 무이자 할부가 가능하다. KB국민카드도 지난해 말까지 백화점, 항공사, 여행사 등에서 최대 6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했지만, 올해부터는 2~3개월로 줄였다. 현대카드는 오는 31일까지 제공하기로 했던 최대 12개월 무이자 할부와 부분 무이자 할부 혜택을 지난달 15일로 앞당겨 조기 종료했다.

삼성카드는 아울렛, 백화점, 온라인쇼핑몰 등 무이자할부 서비스를 하는 18개 업종 모두 6개월 무이자가 사라졌다. 또 올해부터 프리미엄 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하던 최대 무이자 할부 기간도 기존 4~6개월에서 1~2개월 축소했다.

특정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는 조건으로 3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BC카드는 지난 14~24일 설 연휴 결제 수요를 노리고 3개월 무이자 할부 이벤트를 했다. 우리카드는 1월 개인 신용카드로 5만원 이상 결제할 때 3개월 무이자 할부를 선택할 수 있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물건을 고르는 모습./뉴스1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카드사들은 장기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제공해왔다. 10~12개월 무이자 할부 이벤트 등도 흔했다. 그런데 6개월 이상 할부에 일제히 연 9~19%의 할부 수수료(할부 금리)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카드업계가 무이자 할부 혜택을 축소한 건 금리 상승 때문이다. 카드사는 은행처럼 자체적인 수신 기능이 없어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연 6%대를 돌파한 여전채 금리는 상승세가 꺾였지만, 여전히 지난해 초(2%)보다 두 배 높은 4~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따른 비용이 2021년 대비 2배 이상이 된 셈이다.

역설적으로 할부 판매 금액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계속 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소득이 준 소비자들이 목돈이 필요한 일시불 대신 할부 구매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신용카드 할부 결제는 4300만건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용카드 할부 이용 금액은 13조6000억원으로, 전년도와 비교해 카드 할부 건수로는 15.7%, 액수로는 12.4% 증가했다. 이에 따라 한국기업평가는 카드사들이 올해 한 해 동안 부담해야 하는 이자 비용만 1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