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올해 가상자산 업체들을 상시적으로 검사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본격적으로 가동키로 했다. 지난해 ‘테라 사태’ 당시 한 차례 실시한 적이 있는 수시 검사를 상설화해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해당 업권 내지는 업체를 집중 조사한다. 또 거래소뿐만 아니라 지갑·보관 사업자 등도 검사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지난해 가상자산을 이용한 횡령, 배임 등 일탈 행위로 인해 골머리를 앓아 온 금융당국이 조사 대상을 넓히고, 일반 금융사와 비슷한 조사 방식을 도입키로 한 셈이다. 가상자산 거래소들 역시 그동안 깜깜이에 그쳤던 상장 및 폐지 기준을 강화한 후 이어 내부 통제 표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30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디지털자산의 미래, 신산업· 규제혁신TF 연구결과 보고회’에서 금융위원회는 올해 가상자산을 이용한 금융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수시 검사를 확대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금융위는 업비트와 같은 대형 거래소 외에도 가상자산 수탁(커스터디), 지갑 업체와 같은 사업자들도 대상에 포함해 업권 전반에 대한 점검이 진행할 계획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등록된 가상자산 사업자는 총 36개다. 지난해 6월 기준, 국내에서 하루동안 거래되는 가상자산의 평균 규모는 약 5조3000억원이며 시가총액은 23조원 정도다. 국내 이용자 규모는 690만명으로 추산되며 가상자산 시장에 등록된 계정 수는 약 1310만개다.
금융위는 올해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검사를 종합 검사, 테마검사, 수시검사 세 분야로 나누어 진행할 방침이라고 했다. 먼저 당국은 가상자산 사업자 중 이용자 수, 거래 금액, 요주의 대상 여부 등을 종합 고려해 검사 대상을 선별할 계획이다. 특히 자금 세탁 문제가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에 대비해 전체 업권에 대한 수시 검사를 확대 운영하겠다고 했다.
특히 금융 당국은 업비트와 같은 원화마켓 거래소들을 우선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라고 했다. 원화마켓 거래소들의 경우 가상자산 이용자 중 절대다수(95%)가 사용하고 있고, 일평균 거래금액 역시 전체 거래 금액의 98%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큰 곳이라는 설명이다.
금융 당국은 먼저 이들 사업자들이 자금 세탁 방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들여다 볼 계획이다. 당국은 차명, 비정상적 거래 등 자금 세탁 위험이 높은 부문을 선별해 거래소들이 의심거래보고, 고객확인 의무와 같은 관리 현황을 점검하겠다고 했다. 또한 지난해 검사를 통해 적발한 사안이 개선됐는지에 대한 여부도 확인할 방침이다. 만일 개선이 미흡하거나 없을 경우, 가중 제재를 부과하는 등 처벌 수위는 높아진다.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상폐 공동 심사 가이드라인을 강화하는 동시에 내부 통제 표준안을 올해 안으로 마련할 방침이라고 했다. 또한 거래소들은 가상자산 시장이 유가증권시장과 다르게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특정 사업자 중심으로 편중돼 있는 점을 개선할 계획이라고도 헸다.
이날 원화마켓 거래소 대표로 참석한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상장 및 거래 지원 심사 기준을 보다 투명하게 운영 중이라고 했다. 먼저 가상자산 거래 지원을 심사할 때, 심사위원 중 최소 2인 또는 전체 30% 이상을 외부 전문가로 꾸렸다는 설명이다. 또한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주요 5개 거래소들이 마련한 상장 심사 공통 가이드라인을 올해 개선해 투자자들 혼란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 외에도 거래소들은 횡령 등 임직원들의 일탈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내부 통제 표준안도 마련한다. 거래소들은 내부 임직원 거래 내역 보고 등, 구체적인 사업자 행동 강령을 수립하고, 이후 증권사와 같은 기존 금융회사 수준의 규정을 제정한다는 방침이다.
차 대표는 “가상화폐와 같은 디지털자산의 투자 유의점, 이를 악용한 범죄 예방을 위해 여러 컨텐츠 개발을 고려 중에 있다”며 “디지털자산 시장의 특성과 위험을 일반인에게 알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