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던 금리가 한풀 꺾이고 있는 가운데,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격차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가 더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15일과 이달 27일 주요 시중은행 금리(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과 1년 만기 정기예금 기준)를 보면 각각 대출금리 하락폭은 평균 0.59%포인트(p), 예금금리 하락폭은 평균 1.08%p였다. 레고랜드발(發) 회사채 시장 경색 국면이 끝나면서 예금 확보 경쟁에 나설 유인이 줄어든 데다, 금융당국이 경쟁적인 예금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할 것을 권고한 것이 주된 이유다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설치된 예·적금 금리 현황판. /연합뉴스

27일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평균 연 5.18~7.08%로 12월 중순(15일 기준) 5.67~6.77%와 비교해 하단(최저금리)은 0.67%p, 상단(최고금리)은 0.51%p 각각 하락했다. 하단과 상단값을 단순 평균 내면 하락폭은 0.59%p다. 그런데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각 사 주력상품 기준)는 이달 27일 현재 평균 3.73%로 12월 중순(4.82%)과 비교해 1.08%p 내렸다. 예금금리 하락폭이 대출금리 하락폭을 0.49%p 웃돈 것이다.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 간 격차는 지난해 10월 0.04~1.14%p에서 12월 0.86~1.96%p, 1월 2일 1.67~2.27%p로 계속 커졌다. 27일 두 금리의 격차는 1.45~3.35%p였다.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를 놓고 보면 1월 초보다 격차가 소폭 줄었지만, 최고금리는 격차가 확대됐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차주(借主)를 대상으로 대출 금리를 높게 책정하면서 금리차가 넓어졌다는 것을 시사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상단과 하단의 평균을 기준으로 보면 올 1월 초 연 6.51%를 기록한 뒤 하락하는 추세다. 지난 27일 평균 금리는 5.81%였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11월이 평균 4.98%로 가장 높았다. 대출금리와 예금금리가 가장 높았던 기간이 2개월 정도 시차가 나는 것은 은행의 자금조달 상황이 지난해 말까지 녹록지 않았다는 것과,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려고 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조선비즈

특히 지난해 12월 하순부터 은행채 발행이 재개된 것이 대출금리와 예금금리가 큰 격차를 두고 하락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0월 은행들은 은행채 발행을 잠정 중단했다.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고 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은행채가 다른 회사채를 구축(驅逐·쫓아냄)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금융당국은 은행채 발행을 최소화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직접금융시장 밖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경쟁적으로 예금금리를 높인 게 대표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월 발행된 은행채는 5조원 규모다. 은행채 발행이 재개되면서 예금 금리는 예전처럼 높게 유지할 유인이 사라진 것이다.

아직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높다는 것도 대출금리 인하 폭을 작게 만든 요인이다. 변동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신규 코픽스(COFIX)는 1월 4.29%로 전월(4.34%)보다 0.05%p 하락했다. 신규 코픽스가 하락한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11개월 만이지만, 하락 폭은 0.1%p가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은행이 협상력이 약한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예금금리를 먼저 내려 이익을 취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한다. 지난 6일 한화투자증권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연간 이자수익은 68조 8620억원으로 전년(50조 6970억원) 대비 35.83%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