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60대 김 모 씨는 지난해 고공행진하던 예금 금리가 한풀 꺾이면서 이제라도 고금리 적금에 가입해야 할지 고민이 깊다. 6~7%대에 달하던 예·적금 금리가 4~5%대로 내려앉았는데, 앞으로 수신금리가 더 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김 씨는 여유 자금을 묶어둘 만한 적금을 찾다 보니 고금리를 제시하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상품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막상 돈을 넣으려니 망설여졌다. 시중은행보다 이자 수익은 쏠쏠하지만, 과거와 같이 저축은행 사태가 재발해 넣은 돈을 잘 받을 수 있을지 걱정됐다.
예금금리 인상 속도가 둔화되면서 고금리 예·적금에 막차를 타려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금리가 높은 2금융권을 중심으로 목돈을 넣으려는 움직임도 거세다. 하지만 반대로 경기 위축 속에서 과거처럼 저축은행 사태가 반복될 것을 우려하는 금융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김 씨는 "딸에게 전화해 저축은행에 돈을 넣어도 되는지 물어봤다"며 "딸은 괜찮을 거라고 했지만, 시중은행처럼 2금융권에 목돈을 맡기기는 아직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김씨처럼 2금융권에서 높은 이자를 받고 싶어도 맡긴 돈을 제대로 찾을 수 있을지 걱정하는 금융소비자라면 '예금자보호제도'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융회사별로 1인당 5000만원의 예금을 보호한다. 금융회사가 고객의 돈을 돌려줄 수 없더라도 예보가 예금을 보전해주는 것이다. 예보는 예금자보험법을 통해 은행·저축은행·보험·종합금융사 등 부보회사의 예금을 보호하고 있다.
보장 범위는 5000만원이다. 이는 원금과 이자를 포함한 금액이다. 퇴직연금(DC, IRP) 적립금에 대해서는 별도로 5000만원까지 보호된다. 일부 투자자를 중심으로는 원금과 이자를 모두 보호받기 위해 각기 다른 저축은행에 4950만원씩 나눠 넣는 재테크가 이뤄지기도 한다.
주의해야 할 부분은 한 금융사에서 여러 상품에 가입했더라도 총 5000만원까지만 보호된다는 점이다. 만약 A 저축은행에서 나온 두 종류의 상품에 4000만원씩 넣었다고 가정할 때, 예보는 8000만원이 아닌 5000만원까지만 예금을 보전해준다. 만약 A 저축은행과 B 저축은행에 각각 4000만원씩 예금했다면, 8000만원을 모두 보호받을 수 있다. 예보 관계자는 "한 금융사의 보장한도는 5000만원까지"라고 말했다.
현재 예금자보호한도를 넘는 저축은행 거액예금은 30조원가량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저축은행의 5000만원 이상 예금 잔액은 총 32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5조원가량 증가했다.
올해 하반기 들어서 예금보호한도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은 희소식이다. 금융위원회와 예보는 예금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한도를 단계별로 상향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을 유지하는 방안과 일부 예금에만 별도 한도를 적용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 중이다.
고령화에 따른 금융소비자 자산구성이 변화하고 있어 예금보호한도가 상향돼야 한다는 배경에서 이번 논의는 진행되고 있다. 현재 국제통화기금(IMF)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1~2배 수준의 금액을 예금자 보호 한도로 설정할 것을 권한다. 국제예금보험기구협회(IADI)는 전체 예금자 중 90~95%가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권고한다. 고액 자산가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예금자 보호 제도의 혜택을 입어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제도의 근본 목적이 뱅크런 차단인 점을 고려해 한도 상향 등 적정 보호한도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를 대변하는 측 역시 "금융회사·금융상품 선택 시 예금보호 여부가 중요하다"며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한도 상향 시 예보료 부담이 가중되더라도 예금 유입에 따른 금융회사 수익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예금보호한도 확대가 이뤄지기 위해선 금융권의 반대를 넘어야 한다. 금융권은 현행 예금보호한도로 예금자의 98%를 보호할 수 있어 보호한도 상향의 실익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금융당국과 예보는 오는 8월까지 예금보호한도 조정 등을 포함한 예금자보호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