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정다운

올해부터 우수 대부업자의 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요건이 완화됐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리 인상으로 대출 원가가 상승한 대부업체가 서민층에 대한 대출의 문턱을 높이자 금융당국이 내놓은 대책이다. 금융당국은 우수 대부업자 유지 요건이 합리화되면 대부업자의 서민층 신용공급 확대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수 대부업자로 선정되면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등 대출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대부업등 감독규정’ 일부 개정안을 고시했다. 이 개정안에 따라 금융위는 서민금융 우수 대부업 유지요건을 합리화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서민금융 우수 대부업 제도가 저신용자 대출 공급 확대 유도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유지 요건 및 절차 등을 보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2021년 법정 최고금리를 24%에서 20%로 내리면서 서민층 신용공급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서민금융 우수 대부업 제도를 도입했다. 금융위는 등록 대부업자 가운데 ▲최근 3년간 위법 사실이 없고 ▲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이 70% 이상인 ‘비율 요건’ 또는 금액이 100억원 이상인 ‘잔액 요건’을 충족하며 ▲최근 1년 내 우수 대부업자 선정 취소 사실이 없는 업체 등을 우수 대부업자로 선정했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위는 잔액 요건으로 우수 대부업자로 선정된 경우에는 유지 요건 심사 시 잔액 요건으로만 심사를 하기로 했다. 우수 대부업자는 1년에 두 차례 당국으로부터 자격 유지 요건을 점검 받아야 한다. 우수 대부업자를 처음 신청할 때는 비율 또는 잔액 요건 중 한 가지를 충족하면 된다. 그러나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율과 잔액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했다. 이에 우수 대부업자는 선정된 이후 자격을 유지하는 데 부담이 있다는 의견을 전달해왔다.

금융위는 우수 대부업자의 잔액 기준 대출 규모가 증가한 경우에는 유지 요건의 기준금액도 상향해 저신용 대출 규모를 증가시키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잔액 기준 대출 규모가 늘어나더라도 초기에 설정된 저신용 대출 100억원의 조건만 달성하면 됐다. 비율 요건은 현재와 동일하게 전체 대출에서 저신용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선정 당시 70% 이상이었으면 60%를 유지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우수 대부업자에 대한 유지 요건을 합리화하는 데는 최근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으로 서민층에 대한 대부업의 신용공급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업체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금조달 비용과 영업비용 등이 늘어났지만, 법정 최고금리는 20%로 제한돼있어 서민층에 대한 대출을 할수록 손해가 났다. 이에 대부업체는 아예 서민 대출을 중단해버리는 강수를 두고 있다. ‘러시앤캐시’로 알려진 대부업 1위 사업자 아프로파이낸셜대부는 지난달 26일부터 신규 신용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대부업체 상위 10개사의 개인대출 잔액은 지난해 11월 전월 대비 630억원 줄어든 데 이어 12월에는 421억원 감소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제도 변경으로 우수 대부업자의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수 대부업자 유지 요건이 합리화된 만큼 이들에게 주어지는 인센티브를 계속 누릴 수 있는 업체도 이전보다는 증가할 수 있다. 우수 대부업자는 그동안 제한됐던 은행권으로부터의 차입이 가능해진다.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하게 되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돼 대출원가를 낮출 수 있다. 또, 우수 대부업자로 선정되면 온라인 대출중개 플랫폼을 통한 대부상품 중개도 가능하다. 이러한 혜택은 우수 대부업자가 저신용 대출을 확대할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우수 대부업자의 유지 요건 합리화만으로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이 충분히 확대될 수 없는 만큼 법정 최고금리 조정, 정책서민금융 확대 등을 동시에 추진한다. 국회와의 협의를 통해 법정 최고금리를 기준금리와 연동해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서민금융진흥원을 통해 긴급 생계비 대출 등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정책금융을 확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