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에서 동일한 투자자가 코인을 사고파는 자전거래를 통해 거래량과 가격을 부풀리는 불공정 행위가 올해도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자전거래를 통해 코인 가격의 거품을 키우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파산한 FTX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스1

미국의 벤처캐피탈(VC) 사업자로 현재 미 프로농구(NBA) 댈러스 매버릭스의 구단주인 마크 큐반은 올 초 미국 경제지 더 스트리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올해 가상자산 시장이 겪을 수 있는 가장 위험한 문제는 중앙화 거래소들의 자전거래 스캔들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자전거래 행위는 현재 곤경에 처한 가상자산 업계에 더 심한 피해를 줄 것”이라며 “문제를 조기에 발견해 해소하는 것이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이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큐반은 미국 정보기술(IT) 업체인 마이크로솔루션스의 창업자로 1990년대 후반 IT 열풍 당시 잇따른 창업과 매각을 통해 거액을 벌어들인 인물이다. 그는 댈러스 매버릭스 인수 후 벤처캐피탈을 설립하고 최근에는 가상자산 시장으로 투자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전세계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자전거래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1일 미국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 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코인 거래 중 77.5%가 자전거래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자산 시장에서의 자전거래는 주로 사업자가 직접 발행한 코인을 상장한 뒤 같은 법인이나 계열사, 임직원이 이 코인을 사고파는 식으로 이뤄진다. 이를 통해 특정 코인이 왕성하게 거래되는 것처럼 눈속임하고 가격을 끌어올리고 나서 이를 되팔아 차익을 얻거나, 코인을 담보로 현금을 대출받는다.

블록체인 분석 업체인 듄애널리틱스는 지난해 대체불가토큰(NFT) 시장에서 자전거래 비율이 58%에 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1월에는 NFT 전체 거래의 80%가 자전거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러스트=손민균

국내 거래소의 경우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라 금융 당국의 감독을 받고 있기 때문에 해외 거래소에 비해 자전거래에 노출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또 거래소를 이용하기 위해선 은행의 실명 계좌가 필요하기 때문에 자금 추적도 쉽다.

그럼에도 금융 전문가들은 아직 가상자산을 전문으로 다루는 법이 제정되지 않아 주식 시장과 같은 정밀한 관리와 감독이 이뤄지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최근 여러 거래소는 자체적으로 자전거래와 같은 이상거래를 탐지하는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빗썸은 6일부터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에 대한 투자와 인력을 보강했다. FDS는 원화와 가상화폐 고객 정보를 바탕으로 거래 방법을 파악해 이상거래를 탐지하는 기능을 한다. 예로 몇 년간 활동이 없었던 거래 계좌에서 단기간에 큰 자금이 몰리거나, 특정 코인을 사고파는 행위가 계속될 때 검사에 착수하는 식이다.

코인원은 지난해 이용자 보호 센터를 설립한 후 가상자산 입출금 패턴과 접속 정보 등을 감시하고 있다. 특히 과거 접수된 피해 신고 내용을 기반으로 최신 가상자산을 이용한 패턴을 분석해 의심 거래가 포착되면 출금을 제한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빗썸, 코인원과 같은 중앙화 거래소에서 자전거래가 더욱 쉽게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탈중앙화 거래소는 블록체인에 거래 정보가 기록이 되어 누구나 확인할 수 있지만 중앙화 거래소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거래소들의 자체 시스템 보강만으로는 자전거래 위험을 완벽하게 차단하기는 어렵다”며 “제도적으로 자전거래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마련하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