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이 은행지주사들의 주가가 과도하게 저평가되고 있다며, 비효율적인 자본 배치를 조정하고 주주환원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국내 은행주 캠페인 공개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

이창환 얼라인 대표는 9일 서울 여의도 IFC몰에서 국내 은행주 캠페인 공개 간담회를 열고 금융지주사들이 이사회 결의를 통해 자본 배치 정책을 바꾸고 주주환원율을 50% 이상으로 올릴 것을 요구했다. 대상 금융지주사는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JB금융지주,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 등 7곳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현재 우리금융 지분 1%와 JB금융 지분 14%를 보유하고 있다. DGB금융은 주주들로부터 지분 1%의 의결권을 위임받았다. 상법상 자본금 1000억원 이상 상장사의 주주는 지분 0.5%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하면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국내 상장 은행들은 해외 은행과 비교해 손색 없는 자산건전성, 자본비율, 자기자본이익률을 갖췄지만, 부족한 주주 환원으로 인해 주식 시장에서는 장부상 순자산가치에도 한참 못 미치는 가치로 평가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은행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9.9%로 해외은행 평균 10.5%와 비교해 차이가 적고, 자본적정성도 11.9%로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외 은행주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28배인 반면 국내은행은 0.31배에 불과하고, 주가수익비율(PER)은 주요 해외 은행들이 평균 9.5배를 기록 중인데 비해 국내 은행은 3.1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얼라인은 국내 은행주가 저평가되고 있는 것은 은행들의 주주환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 대표에 따르면 해외 은행들의 평균 주주환원율은 64%인 반면 국내 은행 평균 주주환원율은 24%를 기록 중이다. 이 대표는 “해외 은행은 순이익의 대부분을 주주에게 환원하지만, 국내 은행들은 비효율적인 자본 배로 주주환원율이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출성장률을 줄이고 주주환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자본 배치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국내 은행들은 자본 여력을 과도하게 대출자산 성장 위주로 투입해 왔다”며 “대출성장률을 연 2~5% 수준으로 관리하면 규제 수준 이상의 추가적인 완충자본과 인수합병(M&A) 등을 위한 추가 완충자본을 적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목표 주주환원율로는 최소 50%를 제안했다. 이 대표는 “저평가를 극복할 수 있는 의미있는 수준은 50%”라며 “이를 위해 은행 이사회는 공시를 통해 목표주주환원율의 명시 또는 구체적 지표에 따른 계산법을 발표하고 저평가를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의 환원율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얼라인은 다음달 9일까지 7곳의 금융지주사가 공개 주주 서한에 대한 답변을 내놓지 않을 경우 주주 제안 등을 포함한 실력 행사에 나서겠다고 전했다. 얼라인은 우리와 JB, DGB는 이미 주주 제안이 가능한 지분을 확보하고 있으며 KB와 신한, 하나, BNK에 대해서도 공동 주주 제안을 할 수 있도록 위임 받는 절차를 진행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