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블록체인·웹3.0 전문 보안 기업인 서틱(CertiK)의 지역 사업을 총괄하는 그레이시 딩 디렉터는 한국이 가상자산 시장에서 기술 수준이 높다며, 앞으로 웹 3.0 시대에 요충지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서틱은 지난 2018년 미국 예일대와 컬럼비아대 교수들이 설립한 블록체인 전문 보안 감사 기업이다. 서틱은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추천하는 보안 감사 기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서틱은 주로 코인이나 프로젝트의 안정성을 검사해 해킹 취약점을 찾아내고, 기업들에게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법 등에 대해 자문하는 사업을 한다.

그레이스 딩 서틱 지역 사업 총괄 디렉터가 지난 9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BNB체인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틱(CertiK) 제공

설립 후 지금껏 서틱이 감사를 진행한 프로젝트의 수는 3500여개로 각 프로젝트의 자산 규모의 합산액은 500조원을 넘어선다. 서틱의 보안율은 99.6%로 경쟁사들의 평균 보안율(92.7%)보다 높다.

올 하반기에 서틱에 합류한 그레이스 딩 디렉터는 회사가 진출을 모색 중인 국가와 지역에 대한 조사와 사업 개발, 마케팅 등의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딩 디렉터는 빅데이터 솔루션 기업인 사이버베인을 공동으로 설립하고 윈크립토코리아의 대표도 역임했다. 그는 한국에서 10년 넘게 지내며 케이팝과 연동한 대체불가토큰(NFT) 사업을 하는 케이스타라이브의 최고보안책임자로 일하기도 했다.

올해 서틱은 부산시와 블록체인 산업 발전과 가상자산 거래소 설립 지원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현재 한국 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으며 앞으로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조선비즈는 지난달 29일 서울에서 딩 디렉터를 만났다. 다음은 그레이스 딩 디렉터와의 일문일답.

서틱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목적인 무엇인가.

"서틱은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를 포함해 여러 가상자산 사업자들에게 기술력을 인정받은 블록체인 보안 기업이다. 핵심 사업은 스마트 계약을 감사하고, 취약성을 찾아 그 프로젝트를 더욱 안전하게 만드는 것으로 지난 2018년부터 4년간 3500여개의 웹 3.0 프로젝트를 감사했다.

한국은 여전히 암호화폐와 디지털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고 투자 열기도 뜨거운 국가다. 특히 일반 투자자뿐 아니라 지자체나 정부도 이 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명확한 규제 환경을 갖춘 점도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요소다. 한국이 가진 투자 기반에 서틱의 기술을 결합한다면 좋은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상자산 분야에서 한국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가진 경쟁력은.

"한국은 가상자산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국가 중 하나다.

한국에서 탄생한 상당수 블록체인 기술과 웹 3.0 플랫폼들은 세계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고 혁신적이란 평가도 받고 있다. 앞선 기술력과 투자자, 지자체와 정부의 관심까지 갖췄기 때문에 향후 한국이 웹 3.0 시대의 요충지가 될 것이다.

서틱은 올해 부산시와 업무협약을 맺었고, 최근 몇몇 한국 대기업들과도 블록체인 보안에 대한 협업을 논의 중이다.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인 단계라 구체적인 기업명은 밝히기 어렵지만, 곧 대기업들과의 협약 체결 발표가 나올 것으로 본다."

/부산시 제공

2022년 가상자산 업계는 FTX 파산, 루나 사태 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2023년은 어떻게 전망하나.

"2022년은 모든 가상자산 사업자들에게 상당히 힘겨웠지만, 반드시 거쳐 가야 할 과정이었다고 본다. 2023년에 암호화폐의 가격이 다시 오르고 가상자산 시장의 업황이 개선될지 여부는 예측하기 어렵다. 여러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많은 악재가 연이어 나와도 지금 가상자산 산업이 아예 침몰한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를 되찾는 것이다. 금융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실질적인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면 가상자산은 다시 한 번 반등할 기회를 얻으리라 본다.

이를 위해 각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투명성을 높이고 집중화된 권한을 분산시키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블록체인 보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사용자들 스스로가 블록체인의 보안이 중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깨닫는 것이 기본이 돼야 한다. 블록체인 시장은 아무리 거대한 프로젝트라도 보안이 허술할 경우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곳이다.

스마트 계약이 수십억달러 수준의 가치를 가져도 단 한 가지의 치명적인 버그가 발생할 경우 사업 자체가 좌초될 수 있다."

전 세계 국가들이 가상자산 관련 규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상적인 규제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실 자금 세탁 방지 등과 같은 부분은 일반적인 중앙화 거래소 수준에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규제 당국은 이 산업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산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결과적으로 비효율적인 규제를 가져올 수 있다. 최악의 경우 규제가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끊임없는 소통과 대화를 통해 업계와 규제 당국이 세밀한 부분까지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예컨대 거래소와 같은 사업자들이 형식적으로 분기별 재무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방식보다는, 고객들의 대규모 인출에도 버틸 여력이 있는지에 대한 증거를 입증하는 방안이 더 바람직하다. 업계와 당국이 타협점을 찾는다면 사용자들의 이익을 최대로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