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금리를 내렸다 해도 여전히 전세대출은 6~7%대입니다. 집 가진 사람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4%대인데 이게 말이 됩니까."

KB국민·우리·NH농협 등 시중은행들이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잇달아 내리고 있지만, 여전히 전세대출 최고금리가 7%에 달해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채무자가 늘고 있다. 특히 전세자금대출자의 93.5%는 은행이 짧은 주기로 금리를 바꾸는 변동금리로, 이들의 이자 비용 지출이 1년 사이 30%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최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75%포인트(p) 인하했다. 전세금안심대출의 경우 신규코픽스(COFIX·자본조달비용지수) 기준 대출 금리는 금리를 낮추기 하루 전인 지난달 26일 6.29∼7.69%였지만, 27일부터 5.54∼6.94%로 이용할 수 있다. 신잔액코픽스 기준으로는 5.25~6.65%에서 0.24%포인트 내린 5.01~6.41%로 조정됐다. 주택전세자금대출 금리(신규코픽스 기준)는 6.46~7.86%에서 0.64%포인트 떨어진 5.82~7.22%로 이용할 수 있다.

KB국민은행과 더불어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도 금리 상승기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 완화를 위해 금리를 인하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9일부터 전세대출 금리를 약 5개월 동안 최대 0.85%포인트 내렸다. NH농협은행은 이날부터 고정형 전세자금대출의 우대금리를 최대 1.1%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대출금리는 준거금리에다 가산금리를 더하고 나서 우대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산출되는 만큼, 전세대출 금리가 1.1%포인트 낮아지는 셈이다.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전세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그러나 이런 은행의 금리 인하 행렬에도 금융소비자들은 여전히 이자 상환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전세자금대출 최고금리가 여전히 6~7%대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 사는 30대 직장인 A씨는 "월 40만원 정도 내던 이자비용이 1년 반 사이에 70만원 가까이 올랐다"며 "내년 전세대출 연장이 벌써 걱정이다"고 말했다.

특히 세입자들은 정부가 내놓은 금리 인하 정책들이 주택 구매자에게만 초점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주택 구매자의 변동금리를 3% 수준의 장기·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이 있다. 또 내년부터 안심전환대출과 보금자리론, 적격대출을 합친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되는데 이 역시 주택 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이자 부담 완화 정책이다.

지난 1년 사이 전세로 거주 중인 무주택자의 이자 비용 지출은 30%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이들의 이자 비용은 월평균 12만3833원으로, 전년 동기(9만4617원)보다 30.9% 증가했다. 이자 비용은 가계가 지출하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전세자금 대출, 학자금 대출 등의 이자를 모두 합한 금액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에 받았던 대출금을 우선 상환하거나, 월세를 택하는 전세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지난해 10월 올해 들어 처음으로 감소했고, 11월에도 9987억원이 준 133조646억원을 기록했다. 전세의 월세 전환도 늘었다. 지난해 들어 10월까지 전국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율은 약 51.8%로, 전년보다 8.7%포인트 올랐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뉴스1

최근 금융당국이 사실상 대출금리 인상을 자제하라고 압박하면서 은행들은 하나 둘 직간접적으로 금리를 낮추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국은 시중은행뿐 뿐 아니라 저축은행, 상호금융에 이르기까지 대출 상품을 취급하는 금융회사들의 대출금리 상승 추이를 주(週) 단위로 살펴보고 있다. 이달부터 시행되는 은행연합회의 '대출금리 모범규준' 개정안이 시행되면, 추가 인하 요인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은행은 대출금리에 예금보험료와 지급준비금을 반영할 수 없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당분간은 전세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시중은행 변동금리 반영주기가 6개월 이상이기에 당장은 대출금리가 눈에 띄게 낮아지긴 어렵다"면서 "금리 인하에 동참한 은행 외 다른 시중은행들도 언제, 얼마나 낮출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