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토큰(NFT)을 담보로 맡기고 가상화폐를 빌리는 ‘NFT론’의 거래 규모가 올 들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면서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줄어든 데다,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불신으로 NFT 대출 플랫폼에 대한 자금 유입마저 감소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픽=손민균

22일 국내 가상자산 전문 분석업체 쟁글에 따르면 벤드다오(BendDAO), NFT파이(NFTfi), 드롭스(Drops) 등 주요 6개 NFT 대출 플랫폼의 대출 규모는 지난달 기준 약 1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4월 700만달러에 비해 8개월 만에 85% 감소한 수치다.

NFT론의 거래 규모는 지난 5월 ‘루나·테라 사태’ 이후 빠른 속도로 감소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루나 사태 이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화폐의 가격이 급락하면서, NFT를 담보로 이들 가상화폐를 빌리려는 수요가 꺾인 것이다.

담보가 되는 NFT의 가치 역시 가상화폐와 동반 급락했다. 이로 인해 NFT 대출 플랫폼에서 받을 수 있는 가상화폐의 수량이 줄어든 점도 NFT론의 거래 규모가 감소했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NFT와 가상화폐는 초(超) 고위험 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상승하고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게 되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게 된다”며 “대출 플랫폼 업체들도 신규 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워져 자금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NFT 대출 플랫폼 기업들은 담보로 받은 NFT를 활용해 다른 기업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통해 각종 사업에 투자해 이익을 얻는다. 만약 채무자가 제때 상환을 하지 못할 경우 담보로 받은 NFT를 경매로 넘기게 된다. 융통되는 수단이 현금과 가상화폐라는 차이가 있을 뿐 은행이나 대부업체 등과 유사한 구조다.

NFT를 맡기고 가상화폐를 빌리는 쪽은 주로 블록체인 등 가상자산 관련 사업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는 주로 현금이 아닌 가상화폐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받기 때문에 자금 여력이 부족할 경우 NFT론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받았다.

/쟁글 제공

NFT론은 루나·테라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가상자산 시장이 한동안 호황을 맞으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쟁글 통계에 따르면 주요 6개 NFT 대출 플랫폼의 대출 규모는 지난 1월 100만달러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신종 가상자산인 NFT가 부각되면서 단 3개월 만에 7배 가까운 수준까지 급증했다.

지난 4월에는 NFT파이 플랫폼에서 유명 NFT 상품인 ‘크립토펑크’를 담보로 830만달러 규모의 대출이 실행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크립토펑크는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의 예술품 NFT 상품으로 모델 하이디 클룸, 가수 제이지(Jay-Z), 스눕독 등 유명 연예인들이 구매한 것으로도 잘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당분간 가상자산 시장의 전체적인 혹한기가 계속될 가능성이 커 자금난에 처한 NFT 대출 플랫폼 가운데 일부는 문을 닫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대출 플랫폼인 벤드다오의 경우 지난 8월 담보로 잡은 NFT가 잇따라 청산돼 극심한 자금난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에서 디지털자산 기본법이 도입되고 NFT의 쓰임새가 확대될 경우 NFT 대출 시장도 점차 안착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국내 NFT 발행사 관계자는 “NFT는 아직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아 담보로서 가치가 불안한 편”이라며 “기본법이 시행되고 기업을 중심으로 NFT의 활용도가 늘기 시작하면 NFT 대출과 거래 규모가 다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