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남은 연차에 대해 받는 연차수당과 성과급을 어떻게 활용할지 계획을 세우는 직장인들도 늘고 있다. 소비 계획이 없고 마땅한 투자처도 떠오르지 않는다면, 차를 주차하듯 수시로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파킹통장(자유 수시입출금 통장)이나 단기 적금 상품을 통해 조금이라도 불려 보는 것도 방법이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일부 인터넷전문은행과 저축은행 등은 이달 파킹통장 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는 파킹통장 원조격인 ‘토스뱅크통장’의 최고 금리를 연 4%로 올렸다. 5000만원까지는 이전과 같은 연 2.3%를 적용하되, 5000만원이 넘는 금액은 연 4%를 제공한다. 이에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 12일 ‘플러스박스’ 금리를 연 2.7%에서 3%로 0.3%포인트 올렸다.
그동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시중은행들이 뒤따라 정기예금 금리를 인상하면서 인터넷은행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저금리 시기에 주목받았던 인터넷은행의 파킹통장 금리 매력이 떨어지면서 경쟁력 약화와 자금 이탈 우려가 커졌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었다. 그러다 최근 은행들의 금리 인상 속도가 주춤해진 틈을 타 인터넷은행이 다시 반격에 나선 셈이다.
지난달까지 금리가 가장 높은 파킹통장은 금리 연 4%의 애큐온저축은행의 ‘머니쪼개기 통장’이었다. 당시만해도 가장 금리가 높았지만 2000만원으로 가입한도가 제한됐다.
토스뱅크는 이번에 금리를 올리면서 5000만원 이상의 고가 예치금에 대해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조건을 앞세웠다. 자금 확보에 열을 올리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소비자가 ‘토스뱅크 통장’에 1억원을 예치하면, 5000만원 이하 금액에 대해서는 기존과 같이 연 2.3% 금리를, 5000만원 초과 금액에 대해서는 연 4.0% 금리가 적용되는 식이다. 이에 따른 이자는 연간 약 74만원(세후)이 된다.
최근 은행업계가 예금 금리를 연 5%, 적금 금리를 연 10%대까지 올린 것과 비교하면 현 파킹통장 금리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파킹통장은 돈이 묶이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이다.
파킹통장은 다른 정기예적금 통장 및 금융상품과 달리 만기가 없어 돈을 언제든지 빼서 예·적금, 투자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하루만 맡겨도 이자가 적용되고, 별도 해지나 재가입 없이 예치금에 인상된 금리가 자동 적용돼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상품에 따라 복리로 이자도 챙길 수 있다.
이런 특성을 고려해 단기에 쓸 자금이나 비상금은 파킹통장에 예치하고, 중장기로 목돈을 불리려는 목적이라면 고금리 예·적금 상품을 이용할 만 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파킹통장도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원금과 이자를 합해 1인당 최고 5000만원까지 보호된다. 5000만원을 초과하는 나머지 금액은 보호하지 않는다.
내년부터는 만기 1개월짜리 초단기 적금 상품도 출시될 전망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최근 ‘금융기관 여수신 이율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통해, 은행 정기적금 등 수신 상품의 만기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바꿨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적금 상품의 최소 만기가 기존 6개월에서 1개월로 축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시행일은 내년 4월 1일부터다.
만기 1개월짜리 초단기 적금 상품이 나오면 파킹통장과의 금리 경쟁이 더 활발해질 수 있다. 2030대 소비자를 중심으로 돈이 묶이는 장기 납입보다는 단기 납입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는 데다, 고금리 상품을 쫓아 계약과 해지를 반복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기에는 상품 만기가 짧을수록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한국은행이 내년 1월 첫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를 올리면, 앞서 금통위원들의 최종금리 기대 수준으로 제시된 3.5%에 이르게 된다.